'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감정을 맡았던 김형영(57, 제일문서감정원장) 씨가 또다시 허위감정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0일 서울지검 특수2부(문영호 부장검사)는 한국전쟁 도중 토지문서가 소실된 국유지 37만여평(1백86억원 상당)을 가로채려고 국가를 상대로 20여건의 소유권 소송을 벌여온 토지전문 사기단을 적발, 김 씨를 비롯한 관련자 10명을 구속기소했다.
김 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문서분석실장을 지낸 자타가 공인(?)하는 문서 감정의 국내 1인자로서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으로 유명해진 감정인이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고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 씨의 유서를 강기훈(당시 전민련 총무부장) 씨가 대필하였음을 인정하여 강 씨에게 징역 3년형을 확정하면서 1년2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공권력의 권위"와 "재야 운동권의 도덕성 문제"의 첨예한 대립으로 보도되곤 했던 그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문서분석실장 김형영 씨의 감정서. 그는 고 김기설 씨와 강 씨의 필적이 "동일인의 것"이라고 감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강 씨의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의혹은 증폭되었으며, 오히려 국과수의 공신력만 추락하고 말았다. 그 사건의 중심 역할을 맡았던 김형영 씨가 강 씨의 2심이 진행중이던 92년 2월 허위감정 혐의로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씨는 사건 의뢰인 이세용 씨 등으로부터 1천35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92년 4월 8일 법정에 선 김씨는 "비록 돈은 받았지만 15년간의 국과수 재직중 국내 문서 감정의 1인자로서 양심에 거리끼는 감정을 한 일은 한 차례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그해 2월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서둘러 기자회견을 하면서 "맹세컨대 감정의뢰인이나 사설감정인으로부터 단 한푼의 돈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그해 7월 풀려난 바 있다.
한편, 김 씨의 구속 소식을 들은 강기훈(34) 씨는 "이번 김 씨의 구속은 내 사건에서 재판부가 오판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검찰은 국가기관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한 인간의 진실을 짓밟았음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상임대표 함세웅 등)도 논평을 내고, "김형영 씨의 감정을 통해 소위 '유서대필'의 근거로 법원이 채택한 모든 문서들은 정밀 재수사를 받아야 하며, 강기훈에게 씌워진 혐의도 재심을 거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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