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길면 탈선합니다”
6일 낮 ㅅ공고에서 만난 양 아무개 교사는 사뭇 난감해 하는 표정이었다.
얼마전 학생들에 대한 두발단속 과정에서 라이터 불로 학생의 머리카락을 태웠다는 혐의(?)가 외부로 알려진 뒤, 양 교사는 무척 곤혹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러나 양 교사는 "머리카락을 태운 일은 절대 없다"며 학생들의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나도 자식이 있는 사람인데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이어 양 교사는 구태의연한 '탈선론'을 펼치며 두발단속의 불가피함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머리가 길면 밖에 나가서 탈선하게 됩니다. 우리 학교엔 소년원 출신들도 있어요. 예방차원에선 어쩔 수 없는 겁니다. 구두를 못 신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양 교사는 또 학생주임으로서 동료교사들의 말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동료교사들로부터 두발단속을 강화하라는 주문이 잇따른다는 것이다.
결국, 한참의 변명 끝에 양 교사는 "두발단속을 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과실을 털어놓았다. 양 교사는 "아이들에게 사과도 했다"며 "더 이상은 아이들을 심하게 다루지 않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양 교사의 말처럼 '작은 실수'였다면 이번 사건은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중요한 것 앞으로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선생님들에게 신뢰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6일 한 학생은 "앞으로 선생님이 머리를 자르진 않더라도 폭력은 계속될 것 같다"며 걱정을 버리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자율'과 '개성'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질서'와 '통제'를 앞세우는 교사들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그러한 '작은 실수'와 아이들의 상처는 반복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