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죽음을 영혼의 울음으로 재현하는 4.3희생자 진혼굿이 서울의 한복판 연강홀에서 지난 4일 열렸다. 50년전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아 죽어간 혼령들이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이곳에 모여 그들의 위로제에 참석했다.
4.3희생자 진혼굿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죽은 자와 그 죽음 앞에 남겨진 산 자 사이에 다리를 놓고 말을 놓아 "너무나도 원통하고 절통한 사연"을 풀어헤치는 치유의 과정이었다. 무녀를 통해 가장 고통스런 기억을 되살림으로써 진실을 말할 수 있는 힘을 주고, 구천을 떠도는 원혼들이 극락왕생 하도록 기원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이날 진혼굿에 참석한 유족들은 50년 간의 가슴앓이에서 오는 답답함과 폭력의 생존자가 겪는 강요된 침묵의 고통을 벗어 던지는 기회였다.
마지막으로 진혼굿이 거의 끝날 쯤, 흰 강목을 3개의 천으로 가르고 그 줄을 꼬고 펴는 무녀의 고된 노동이 땀과 눈물로 번복될 쯤, 이제 그만 끝내자는 무녀의 말에서 놓아주지 않는 영혼들의 집착을 느낄 수 있었다
정순덕 무녀의 입을 통해 들려온 "왜 이제서야 우리를 위로하느냐"는 한 영혼의 외침은 많은 물음을 갖게 했다. 그것은 "4.3의 진실이 결국 규명될 수 있는가? 4.3의 역사적 진실은 누구의 진실인가?" 를 묻는 영혼의 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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