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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법원, 불심검문 관행에 쐐기

“소지품 강제확인 통행제한은 불법”


시민의 사생활과 신체의 자유 등을 함부로 침해해온 불심검문에 대해 법원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일 서울지방법원 민사항소2부(재판장 정은환 부장판사)는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피해를 입은 장홍석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대로 “국가는 장 씨에게 위자료 3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경들이 소속과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장 씨의 가방을 수색한 처사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이며, 장 씨가 명백한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모욕적인 언사와 함께 가방을 뒤짐으로써 장 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통해 법원이 불심검문의 원칙과 요건을 재확인함에 따라, 앞으로 경찰의 검문관행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불심검문 대상은 수상한 거동을 보이거나 범행 경력 및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야 한다는 점 △경찰관이 검문대상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경우 자신의 신분과 질문 목적,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점 △소지품 내용을 물어볼 수 있지만 답변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점 △수갑을 채우거나 다른 방법으로 검문장소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답변강요에 준하는 행위로 허용될 수 없다는 점 △검문대상자가 흉기를 소지했다는 높은 개연성이 있을 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지품의 개봉을 요구할 수 있지만 대상자의 의사에 따르지 않고 일반 소지품을 조사하는 것은 불심검문의 한계를 넘는 것이므로 사전 또는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점 △흉기소지 여부의 조사는 의복 또는 휴대품의 외부를 손으로 만져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장 씨의 경우, 전경들이 주민등록증과 소지품을 돌려주지 않는 방법으로 30여분간 한 장소에 머무르게 한 것은 ‘최소한의 시간 내에 검문을 마쳐야 한다’는 검문의 원칙을 어긴 것으로 사실상 불법구금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번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장 씨는 97년 6월 10일 지하철 시청역 부근에서 전경에 의해 불심검문을 받았으며, 다짜고짜 검문을 요구하는 경찰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혔으나, 경찰은 강제로 가방을 뒤지며 모욕적 발언을 했다. 이에 장 씨는 법원에 소송을 냈으며, 그 해 11월 1심 재판부(서울지법 민사1단독 이홍철 판사)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한편 경찰의 불법 불심검문과 관련, 지난해 서울대․한양대․연세대생 등도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 소송 역시 법원에 계류 중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