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실업자가 176만 명, 결식아동이 20만에 육박하는 등 온 국민이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빈곤층 생계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관료들이 법 제정을 가로막고 나섬에 따라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며, 이에 시민사회계가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는 연대기구를 구성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28개 종교․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4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추진 연대회의」준비위원회를 결성,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조속한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종전 65세 이상의 노인, 18세 미만의 아동, 임산부 등으로 제한돼오던 생활보호대상자를 ‘소득이 최저생계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 전반으로 확대함으로써, 이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은 저소득층의 생활안정을 통해 가족해체를 방지하고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사회적 자원을 최우선적으로 배분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따라서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과제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노동부와 기획예산위원회의 반발 때문에 지금까지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료들은 “이 법안이 제정되면 사람들의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추가예산이 소요된다”며 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4일 결성된 연대회의측은 “법 제정 시 추가되는 예산은 약 1조2천억 원으로 이는 99년 종합실업대책예산인 12조원의 10%에 불과한 것”이라며 “정부는 추가예산을 충분히 지불할 능력이 있다”고 정부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 “근로능력이 있는 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급여제한 가능성을 법안에서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근료의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올 상반기 내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는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