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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주민전산화 어떻게 볼것인가

정보통신연대 INP 심포지엄


9일 오후 6시 전주소프트웨어 지원센터에서는 정보통신연대 INP의 주최로 '주민전산화 어떻게 볼것인가?'란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발표된 글 중 정승희 씨의 '인구관리의 권력관계'를 발췌해 싣는다. <편집자 주>

주민등록증의 쟁점은 '인구' 기록의 내용과 관리방식 및 사용방식이다.

①인구 기록 내용의 쟁점

주민등록증 제도에서 관건은 그 기록 내용이다. 누가 관리하고 누구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록 내용이 달라진다. 근대 국가에서 '인구' 관리의 방식 차이는 현재 권력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주민등록증 제도에서 기록 내용의 차이는 본질적인 문제의 핵심이다.

②인구 기록의 관리방식의 쟁점

개인의 정보에 대한 분산관리와 통합관리의 차이는 민주와 반민주를 나누는 경계선이 된다. 분산관리는 인권에 적합하고 통합관리는 거대한 대형지배를 초래한다. 통합관리는 인간의 정체성을 한 인격체가 아닌 국가에 통제되는 하수인으로 만든다. 따라서 분산관리와 통합관리는 자유롭게 숨 쉴 공간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를 가름 짓는다. 통합정보형의 사회는 통합의 강도에 따라 인간을 산채로 죽일 수 있는 살인체제로 연결된다.

③인구 기록의 사용방식의 쟁점

인구 기록의 목적은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확인시키는 것이다. 즉, 도둑과 간첩을 잡기 위해서란 명분을 활용해 사용방식의 효율성을 취하면 거대한 대형지배가 합리화되는 것이다.

도둑과 간첩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지배층의 주술적 무기다. 따라서 도둑과 간첩을 잡자고 개인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것은 작은 도둑과 간첩을 잡자고 큰 도둑과 간첩을 키우는 꼴이다. 즉 통합관리의 방식으로 국가의 개인 정보 이용을 무한 허용하는 사회는 도둑이나 간첩과 같이 사는 사회보다 훨씬 못한 무시무시한 사회다.


인권에 무감각한 사회

인권은 항상 투쟁 속에서만 생산되고 존재한다. 서구는 인권을 시민혁명으로 재생산하고 있지만 우리는 인권을 시혜처럼 받아들여 헌법에 삽입해왔기때문에 우리의 헌법은 (서구의) 보수적 헌법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주민'기록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기록의 분산과 통합에도 무감각하다. 또한 우리는 '주민'기록의 사용에 있어 간첩과 도둑이라는 신을 내세워 우리의 신분을 확인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이러한 무지는 조상의 탓도, 역사의 탓도 아닌 바로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돈이 없어서 선진국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식의 결여로 선진국에 미달되는 것이다.


'나'를 유지하는 방식

내가 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의 관리대상이 되는 나이고, 하나는 스스로 인지하는 나이다.

나는 매일 국가에 의해 감시받지 않아도 윤리도덕을 가진 나로 항상 유지된다. 우리는 국가의 감시망이 없다고 간첩과 도둑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알기로 나는 그렇다. 도둑하나 간첩하나 잡자고 이 고생을 해야하는가? 나는 이 사회가 자랑스런 민주국가이길 원한다. 주민증에 의해 인권후진국이란 딱지를 용인하는 것은 나를, 우리의 사회를, 내가 속한 인류를 무시하는 인류 모독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