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6일 오후 5시경 저는 모자란 일손을 돕기위해 전남 순천 고향집에 있었습니다. 마을 어귀에 낯선 사람들이 탄 코란도가 들어왔고 3명이 내려서 집으로 걸어왔습니다. 그들은 집에 들어와서 “여기가 대익(동생)이 집인가요?”라며 물었고 저는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 신분을 밝히지 않고 대익이의 집인가만 확인하다가 재차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하자 비로소 순천경찰서에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경찰들에게 영장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태도는 갑자기 돌변해 반말로 “너가 대익이지?”, “주민등록증 좀 보자” 제가 대익이의 형임을 밝혔으나 거듭 신분증을 요구했고 이에 서로의 신분증을 교환해, 저는 그들이 순천경찰서 형사임을 비로서 확인했습니다.
이후 저는 신분증을 돌려받고 영장이 없으면 집밖으로 나갈 것을 요청했는데 그들은, “공무로 왔는데 영장은 무슨 영장이냐?” “이 자식 호루자식이네”, “싸가지 없는 자식” 등의 욕설로 일관했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와 여동생, 동네 어른들이 옆에 있어 저는 치욕감을 참으며 말투 등의 시정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그러한 욕설이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순순히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신분증을 다시 제시하라고 했습니다. 이에 놀라신 어머님께서는 바닥에 있던 면허증을 집어 형사들에게 주었는데 한 형사가 다른 형사에게 “적어놔”라고 하니 다른 형사가 필기구를 준비해 이름을 적으려 했습니다. 저는 신분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돌려주지 않아 손을 뻗어 형사에 손에 있는 신분증을 빼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형사는 팔을 비틀었으며 “지금 너 공무집행방해 하고 있어”라는 등의 말로 협박했습니다. 저는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나서야 신분증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운전면허증이 부러졌습니다.
이러한 경찰의 무소불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새벽이나 저녁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집을 드나들었으며 심지어는 초등학교에서 기능직으로 일하는 아버지의 직장에 찾아와 가족전체에게 심신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직장에 대한 불안마저 느껴야했고, 이로 인해 평소 지병이던 간염이 악화되었으며 평소 안하시던 약주까지 하시는 등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계십니다.
아마도 경찰은 학생들과 관계된 사안이라면 인권은 제쳐두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경찰들에 의해 우리 가정은 심각한 고통에 처해있고 동생과 가족과의 관계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고통 당하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울시립대학교 재료공학과 4학년 조관익)
- 1422호
- 조관익
- 1999-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