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시대착오적 작태에 민간단체 반발
국가보안법 개정과 재벌개혁 문제를 놓고 색깔논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재벌해체와 국가보안법 개정 입장을 밝히자 한나라당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색깔논쟁을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이 재벌을 인위적으로 해체하려하는 등 자유시장 경제의 뿌리를 뒤흔드는 위험한 구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또한 국보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국보법 개폐에 대한 발상은 반세기가 넘도록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온 국민의 피와 땀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로, 특히 불고지죄와 찬양고무죄의 폐지 발상은 대한민국의 안보 마지노선을 폐지하는 것”이라며 김대통령의 안보관과 체제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63인은 국가보안법 개정 불가 선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조선일보도 색깔론 시비를 거들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보안법이 마치 가장 위급한 병폐인양 취급하는 처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 들어 각급 수사기관과 각급 법원도 보안법 남용을 막기 위해 법 적용을 엄격히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인권사회단체들은 한나라당의 색깔논쟁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반기를 들고나섰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재벌체제야말로 IMF 경제위기를 초래케 한 근본 원인으로 재벌은 경제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임에도 불구하고 경제파탄의 주범인 한나라당이 이를 반성하기 보단 재벌의 논리를 옹호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경제위기로 고통받는 국민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도 “한나라당의 색깔논쟁은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는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고수해 또 다시 경제를 파탄시켜도 상관없다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재벌과 유착된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색깔시비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윤기원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은 과거 독재정권의 정권유지 수단으로 악용돼 수많은 양심수를 양산해온 구시대의 대표적 악법으로 폐지되어 마땅한 법률인데 인권침해를 방지해야할 국회의원들이 국보법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부추기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입장은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침을 놓았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대표 임기란, 민가협)도 “국보법 개정을 한나라당이 매카시즘이자 시대착오적 색깔논쟁으로 몰고 가는 작태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오는 23일 한나라 당사 앞에서 국보법 개정과 색깔논쟁 청산을 촉구하며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나라당이 색깔논쟁을 정리하지 않는 한 인권사회단체의 항의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