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퇴직 압력…비정규직 전환 강요
"18년 근속했는데 하루아침에 해고를 통보 받았어요…. 여직원들만 계약직으로 강제 전환시키고 있어요…. 임신 후에도 퇴사를 안 하니까 연고지가 없는 곳으로 발령을 냈어요."
지난 한해 동안에도 상당수의 여성노동자들이 체불임금과 부당해고 등으로 고통을 겪어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10일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대표 이철순, 한여노협)는 서울, 울산 등 8개 지역 '평화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 결 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평화의 전화'에 접수된 상담은 총 1천3백여 건이며, 상담을 의뢰한 여성노동자들의 주요 직업은 골프장 캐디, 텔레마케터, 학습지 교사 등이었다. 이들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98년 약 28%에서 99년 32%로 증가했으며, 상담자의 65% 이상이 기혼자였다.
조사결과, 여성노동자들이 주로 겪는 문제는 임금체불(504건, 53%)과 고용불안(236건, 25%)이었으며, 특히 성차별적 부당해고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여노협은 성차별적인 부당해고와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불법해고, 일방적인 해고통보 등이 많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임신·출산과 관련한 퇴직압력과 비정규직으로의 강제전환 압력이 다른 해에 비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한여노협의 왕인순 사무국장은 "법정 출산휴가는 유급 2개월이지만, 실제 5주로 시행하거나 외근근무로 전환시키는 경우 또는 무급휴직 등으로 변칙 운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더구나 계약직 노동자의 경우는 출산휴가 없이 사직을 강요하거나 아예 출산휴가 신청서를 접수시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성희롱 근절의지 안보여
한편,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상담(9%)도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총 85건의 상담 중 육체적 성희롱이 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언어 성희롱이 31건, 시각적 성희롱이 5건 등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상사(50건), 사장(24건), 동료(6건)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이 실시된 경우는 4건에 불과했으며, 성희롱 예방교육을 아예 실시하지 않은 경우가 69건이나 돼 직장내 성희롱 방지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왕인순 사무국장은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노동관련 행정직 공무원을 대폭 증원해야 하며, 임신과 출산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