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보트' 사퇴, 새 이사회 구성 못해
에바다복지회 새 이사회 구성문제를 둘러싸고 현 이사회 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캐스팅 보트'를 쥔 한 이사가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4년을 표류해온 에바다 사태는 다시 새로운 혼미상태 속으로 빠져들게 될 전망이다.
사의를 표명한 이사는 평택대학교에 재직중인 김범수 교수. 그는 7명으로 구성된 현 이사회 내에서 3대 3의 팽팽한 세력구도 복판에 서서 최근 양측으로부터의 압박에 큰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바다 사태는 1998년 국정감사에서 김성기 평택시장이 사태 해결을 다그치는 보건복지위 위의원들에게 이성재 의원(당시 국민회의, 현 민주당)을 관선 대표이사로 추대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성재 대표이사 체제의 이사회는 비리재단 측의 완강한 저항과 김성기 시장의 미온적인 태도 앞에 사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무엇보다도 7명으로 구성된 현 이사회에는 비리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었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최성창 전 대표이사의 일가가 여전히 3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들어왔다.
김 교수가 사의를 표명한 시점은 현 이사회의 임기가 만료되고 새 이사회가 구성되어야 하는 31일 바로 전날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에바다 사태 해결을 바라는 강한 여론을 반영하여 김칠준 변호사, 이찬진 변호사 등 개혁적 인사들 7명이 이미 새로운 이사 후보로 추천되어 있었고, 관계자 말에 따르면 김 교수는 애초 이들을 승인하는 쪽에 기울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달 전부터 갑자기 태도를 바꿔 최성창 전 대표이사도 함께 받아들일 것을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주장은 당연히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 부딪쳤다.
김 교수의 사퇴에 따라 현 이사진은 새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게 됐다. 게다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관선이사 임명권한을 평택시장이 행사하도록 돼 있어 김 시장과 가까운 구 재단측이 에바다를 다시 장악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에바다 농아원 권오일 교사는 "에바다 사태가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