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형사사법 정책의 의도와 결과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가난을 엄벌하다』를 읽어보도록 권한다. 지은이 로익 바캉은 미국을 필두로 전개된 영국, 프랑스의 형사정책을 소개하며 ‘신자유주의-형벌주의’가 가져온 사회변화를 면밀하게 분석해놓았다. 신자유주의가 노동의 유연화 및 사회복지 서비스의 중단 등을 가져오고 이 과정에서 시장과 사회에서 누락된 사람들을 ‘엄벌주의’로 쓸어 감옥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사회권 보장을 위한 국가 및 공동체의 책임을 회피한 결과 그 책임과 잘못을 빈민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적 배제의 양상이 미국에서는 가난한 미국계 흑인을, 유럽에서는 이민자 및 이주노동자, 유색인종 등을 겨냥하게 된다. 로익 바캉은 이들이 배제되는 과정을 매우 실증적인 통계를 제시하며 분석하고 있다.
흔히 신자유주의의 물결에서 우리가 들어온 것은 시장에 대한 국가역할의 축소이다. 그러나 ‘국가 개입 축소’로 현재 형벌주의 강화에 대한 흐름은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로익 라캉은 주목해야할 지점으로 ‘국가의 임무 수정’을 제기하고 있다. 로익 바캉은 국가의 역할에 대한 변화를 가리켜 “경제국가 소멸! 사회복지국가 약화! 형벌국가 강화!”라고 이름 붙였다. 즉 경제싸움터에서는 이미 서서히 물러나고 있는 국가의 사회적 역할은 줄어들되, 국가의 필요성을 강화하기 위해 형벌 업무는 늘리고 있다는 것. 이러한 배경 속에서 1993년 뉴욕 시장으로 선출된 줄리아니는 새로운 경찰 및 형벌 정책 강령을 만들어 뉴욕을 ‘똘레랑스(관용) 제로’의 국제전시장으로 만들었다. 백인 주도로 이루어지는 공권력이 어린 절도범을 폭력적으로 체포하고, 거지․노숙인․부랑인을 거리에서 몰아내며, 불법체류자를 강제 추방하는 일이 합법화되었다.
또한 뉴욕시 경찰국장으로 부임한 윌리암 브래튼은 공공장소에서 어슬렁거리는 빈민 건달의 상시적 희롱에 중산층, 상류층이 느끼는 공포를 경감하기 위해 치안업무 개편으로 △경찰 중대 및 치안인력 10배 증강 △책임 있는 작전 수행을 위해 업무 결과를 통계화 및 수치화 △정보 체계 강화 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경찰장비를 최신화 하고 치안예산만 40% 인상(26억 달러)했다. 이 돈으로 1만2천명의 경찰을 신규 채용해 1999년 뉴욕 경찰 인원은 4만6천명에 달한다. 같은 시기 뉴욕 사회복지 분야 예산은 3분의 1인 삭감, 관련 부서 공무원 8천명이 일자리를 잃어 전체 인원은 1만 3천4백여 명이다. 이 결과 공권력에 의한 시민들의 체포는 24% 증가했다. 이러한 양상은 뉴욕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남미, 영국, 프랑스 등으로 확대된다.
라캉의 주요 관심대상은 유럽연합이지만, ‘신자유주의-형벌주의 접합 모델’은 라틴아메리카들과 수직적 체계가 강조되는 권위주의 역사를 가진 국가들, 심한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빈민이 다수인 나라들이 더 들어맞는다고 지적한다. 그래서인가? 이 책이 발간된 지 10년이 넘었으나 한국의 상황은 이 책에 예시로 등장하는 국가들의 상황과 너무나 비슷하다. 엄벌주의-성과주의, 경범죄 처벌의 증가, 경찰인력 및 예산의 증가 등등.
로익 라캉은 “지난 20년간 제1세게 및 제2세계에 이르는 경찰, 법원, 감옥의 부흥과 번영은 신자유주의 혁명의 결과”라고 꼬집으며 “쉽게 팽창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형벌기관과 제도는 신자유주의 국가를 구성하는 성분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이제 경찰, 법원, 감옥은 범죄와 범죄자에 대처하는 기술적인 도구가 아니라 “불평등과 소외, 붙박힌 정체성을 확산, 확대재생산하고 관리하는 리바이던의 정치능력이자 경영능력”이다.
로익 라캉의 연구가 ‘신자유주의-형벌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 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공포 속에서 속수무책 손 놓고 있는 나에게 “확실히! 이건 아니야” 라고 시민들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용기는 생긴다.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