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천 헥타아르의 논과 1만2천 헥타아르의 담수호를 만들기 위해 전북 군산과 부안 사이에 33km에 이르는 방조제를 쌓는다. 1년에 3만 헥타아르 씩 없어지는 농지를 보전하기 위해서.
호남 푸대접론을 불식하기 위해 정치공약으로 나온 새만금 개발사업은 전형적인 '무작정 개발'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농업기반공사는 농지와 담수호를, 유종근 전북지사를 비롯한 지방자치체에서는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그 이유를 내세운다. 그러나, 지난 10월 유종근 전북지사가 실토했듯, 지역주민․단체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토론을 벌이기 위한 자리는 없었다.
민관합동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공동조사단장(단장 이상은)은 내부의 의견차이로 합의를 보지 못했으며, 지난 8월 국무총리에게 조사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상은 단장은 '사업추진 계속'이라는 개인의견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민관공동조사결과가 제대로 평가될 분위기도 사라진 것이다. 또 전북에서는 일선 행정기관을 동원해 할당식 새만금 사업 찬성 서명을 받고 있어 새만금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의 의견을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는 징후까지 보인다.
농업기반공사도 홈페이지를 통해 새만금 사업은 △4천억원이 넘는 보상비용을 회수할 길이 없고 △방조제를 그대로 둘 경우 환경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며 △농지 확보 등의 이유 때문에 새만금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전북평화와 인권연대' 문만식 교육부장은 "1조1천억원이 이미 집행됐기 때문에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단정했다. 문 부장은 또 "새만금 사업 중지만 결정하면 방조제 처리방법은 다시 의견을 모을 수 있다"며, "방조제 처리문제 보다 우선 사업중지부터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의 신형록 위원장은 "도둑이 담을 넘어 가다가 들켰는데도 물건을 훔치러 들어가는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87년 노태우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부터 인간을 도외시한 시혜식 개발논리가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다. 문만식 부장은 "인간이 도외시된 편의적인 개발논리, 종합적인 안목에서의 인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시작된 새만금 간척 사업은 모든 정치인에게 위력있는 무기였다"고 강조했다. 즉, "유종근 전북지사는 복합산업단지를 내세워 전북도민의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장미빛 환상을 유포"했고, 농업기반공사는 "전국적으로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 난개발로 해마다 줄어드는 농지를 확보한다는 일견 그럴듯한 논리로 출발했다가 이제는 이미 지어 놓은 방조제는 어떡할 거냐?"고 위협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한편 2백여 환경․사회단체가 참가하고 있는 '새만금 갯벌살리기 농성단'은 지난 달 16일부터 조계사에서 밤샘농성 중이며 사회원로 등 각계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입장을 정리, 곧 성명을 연이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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