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국가인권위, 전국민적 이슈화 필요
인권활동가들의 노상 단식농성이 5일로 9일째에 접어들었다. 국가보안법 폐지, 실효성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민중생존권 보장 등의 요구를 내걸고 임태훈 동성애자인권연대 대표 등 13∼14명이 지난 12월 28일부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진행한 농성은 국가보안법 폐지 및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움직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1일까지 단식농성에 대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지지성명을 잇달아 발표하고 인권관련 법안과 부패방지법 등 3대 개혁입법 등을 묶어 공동의 투쟁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여성민우회를 처음으로 발표된 성명은 3일 민언련·민주노총·한총련, 4일 천주교청주정의평화위·전교조 등 10여 개 단체에서 지지성명을 발표했으며 이런 움직임을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4일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이천재 공동의장이 고희에도 불구하고 단식농성에 참가하고, 참여연대가 농성에 참가했다. 또 민언련이 5일, 만화가들의 모임인 우리만화발전을위한연대모임이 6일부터 단식농성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지지방문을 하는 사람들도 몇몇 사회단체 회원에서 일반시민까지 확산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매일 저녁 8시에 진행하던 촛불집회는 40명 수준이던 것이 지난 2일 40여명, 3일 70여명으로 증가하다 4일 촛불집회에는 150여 명이 참가했다.
인권관련 2대 법안의 국회처리의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연말연시라는 시기적 불리함을 딛고도 이런 움직임을 불러일으킨 것은 결연한 노숙 단식 및 연좌농성, 병원 입원을 거부하는 등 치열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4일 단식농성에 결합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이천재 공동의장은 "따뜻한 방에 있는 것 보다 여기에 오니 더 편하다"는 소감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투쟁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투쟁의 고삐를 바짝 죄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가 2월로 예정했던 '2000년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 평가'를 1월 중에 앞당겨 실시하고, 국가보안법·국가인권위법·부패기본법을 고리로 한 각 연대체가 공동투쟁을 모색하고 있어 임시국회가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월에 큰 싸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난 12월 29일 시민단체들이 '국민의 정부'에 보낸 '마지막 경고'의 의미가 4일 참여연대가 발표한 "한때 대통령과 정부와 국회에 기대를 걸었"으나 "(그) 대가는 실망과 좌절과 배신 뿐"이라는 성명에서 분명하게 나타나 로비에 기대는 활동대신에 "전국민의 지지를 얻어 정치권의 무릎을 꿇게"하는 활동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3대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각각의 연대체에 참가하는 사회단체 대표자들이 대규모로 참가한 가운데 9일 인권활동가들이 농성하고 있는 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움직임을 분명히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천년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4일 MBC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문제 등에 대해 당론을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밝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