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55명, 사형폐지 특별법안 발의
국회의원 과반수가 넘는 의원들이 사형제 폐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정대철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55명은 지난 30일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 법안’을 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에 제출했다. 의원들은 제안문에서 “사형제도는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며 “사형집행은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또 다른 살인행위”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또 “사형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범죄인에 대한 개선과 교화 노력을 국가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모든 법률에서 사형을 완전히 폐지하고, 이후 법관이 범죄인을 재판할 때 범죄의 종류․죄질 등에 따라 복역 후 15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가석방, 사면, 감형을 금지하는 취지의 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안은 또 “특별법 시행 이전에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로 형을 전환”하도록 했다.
발의된 법안은 소관 부처인 법사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그러나 지난 99년 경우를 살펴보면, 당시 민주당 유재건 의원이 ‘사형제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법사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회기를 넘겨 법률안 자체가 폐기됐었다.
한편, 법률안 발의 소식을 접한 법무부는 “형사정책적 측면에서 사형은 흉악 범죄를 억제하는 강력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개선 불가능한 흉악범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들을 영구 격리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는 홍보자료를 냈다.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쟁과 현황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1년 10월 현재, 우리나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사형 확정․형미집행자는 모두 51명이다. 김영삼 정권 말기인 97년 12월, 23명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이후로는 사형집행이 없었다. 또 법무부는 지난해에 “자신의 죄과를 깊게 참회하고 교화 정도가 높으며, 다른 특별한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사형수 5명의 형을 무기로 감형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 9명 째 감형자들이었다.
96년 11월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결정(재판관 7대2)을 내린바 있다. 당시 김진우, 조승형 헌법재판관은 “사형제도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있는 형벌”이며 “형벌 수단으로서의 적정성․피해의 최소성 원칙 등에도 반하고 법관과 집행인의 양심의 자유 등도 침해하는 비인간적인 형벌제도”라고 소수의견을 냈다.
현재 사형제 폐지운동은 ‘한국사형제도폐지운동협의회(아래 사폐협),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 연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사폐협은 오는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사형폐지 아시아, 포럼-서울’을 개최할 예정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있는 국가는 모두 87개국으로 폐지된 108개국 보다 오히려 적고, 페지국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이 사형 존속국에서 폐지국으로 탈바꿈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