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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미군기지 고압선 희생자, 장례 치러

"미군 당국의 공식 사과와 배상 있어야"


10일 미군기지 고압선 희생자, 고 전동록 씨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지난 해 7월 16일 경기도 파주시 뇌조리에 위치한 미군 부대 캠프 하우즈 인근 공사장에서 미군제2사단 공병여단이 관리하는 2만2천9백 볼트 고압선에 감전, 청력을 잃고 양팔을 절단할 정도로 큰 화상을 입은 전 씨는 사고발생 11개월 여만인 6일 낮 경기도 일산병원에서 숨졌다. 앞서 전 씨는 5일 저녁 갑자기 숨을 멈춘 후 산소마스크에 의지한 채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10일 아침 7시 전 씨의 시신이 안치됐던 일산병원에서 발인을 마친 장례행렬은 미 대사관 앞에서 노제를 지내기 위해 서울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는 전경에 막혀 무산됐다. 이에 전 씨의 가족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대신 일산병원, 전 씨의 집, 미군 제2사단 기지 앞에서 노제를 지내고 이후 벽제화장터로 향했다.

「고 전동록 민족자주사회장 장례위원회(준)」(아래 장례위원회)의 이용배 위원장은 기지 앞 노제에서 "제2, 제3의 전동록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의 책임을 끝까지 밝혀, 미군 당국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전 사고 당시 고압선은 피복이 입혀져 있지 않았고, 안전표지판도 없이 감전 위험이 높은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더구나 공사 전에 동네 이장과 건물주가 고압선 이전이나 일시 단전 조치를 거듭 요구했음에도 미군 측은 이를 묵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사고 3일 전, 미군 전기 담당자 3명이 공사 현장을 둘러본 바 있으나 '별일 없으니 일단 공사를 진행하라'면서 구체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 이후에도 미군 측은 전 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한번 방문해 60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장례위원회는 밝혔다.

이에 지난 해 11월 27일 전 씨의 가족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은 미군이 점유․소유 또는 관리하는 토지의 공작물과 기타 시설 또는 물건의 설치나 관리의 하자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배상하고, 이후 지급한 손해배상액의 분담 비율을 한국정부와 주한미군 간에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일단 지난 1월 서울지법은 "국가는 전 씨에게 임시로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치료비 지급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당시 서울지법은 결정문에서 "주한미군은 건물 증축 시 고압전선과 건물 간에 관련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거리를 유지하도록 조치를 취하거나 일시 단전하는 등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데도 이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본안 소송의 다음 재판은 7월 18일 오전 10시 서울민사지법 357호에서 열린다.

한편, 장례식이 모두 끝난 10일 저녁 장례위원회의 이소희 집행위원(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미군 책임자의 처벌과 피해자 가족에 대한 적절한 피해 배상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 씨 가족들은 미2사단 공병대장 등 사고 관련 책임자를 검찰에 형사 고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