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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삼청교육 피해자, '할복' 절규

22년간 외면해온 세상을 향하여…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면 자기 목숨을 버립니까?"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은 도로 한복판에 피투성이 상태로 쓰러진 양동학(남, 49)씨를 보면서 울부짖었다.

23일 오후 2시 삼청교육대 피해자 15명은 "김대중 정부 임기 내에 삼청교육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며 서울 한국은 행본점 앞 도로로 뛰어들었다. 10여분쯤 지날 무렵, 양동학 씨가 웃옷을 벗고 자신의 배를 30㎝가량 칼로 그은 뒤 쓰러졌다. 22년 간 철저하게 외면당한 삼청교육 피해자들의 절규였다.

'삼청교육대'의 인권유린 실상은 80년대 중반이후 조금씩 세상에 알려져 왔지만, 22년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진상규명이나 피해배상은 전혀 없었다. 13대 국회 이후 현 16대 국회까지, 매번 삼청교육 피해배상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됐지만, 심의 지연과 무성의로 법안은 늘 자동 폐기됐다.

그러다 92년 대통령선거 당시 삼청교육 문제 해결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피해자들은 16대 국회에 희망을 걸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자 결국 자기 목숨을 내거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대구에서 상경한 정추용(남·77)씨는 "(공약도 안 지키면서) 그게 무슨 대통령인교?"라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박춘화(여·58)씨도 "해 준다 해 준다 하면서 22년이 지났다. 이제 사람들도 지쳤다"며 그동안의 힘겨움을 토로했다.

한편, 양 씨는 서울 백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