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 절반은 어린이…한국 학살 가담 중단 요구 거세
미국이 이르면 오늘 낮 이라크 침공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전쟁이 이라크 민중에 대한 대규모 학살로 이어질 것이라는 그간의 우려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자 반전 목소리가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19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라크전이 시작되면 수백만 명의 민간인이 살상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며,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수많은 이라크 민중을 말살하고 세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미국의 침략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이라크 침공과 한국군 파병 방침의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무고한 이라크 민중을 살육하는 전대미문의 학살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미국의 침공 움직임을 강력 규탄했다.
또 이날 발표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천인 선언'의 참가자들은 "대규모적 민간인 희생을 야기할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함께 선언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이라크전은 곧 학살'이라는 규탄 메시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단언하는 전쟁과 대량학살의 필연적 관계는 여러 전쟁의 경험에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이 수행했던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을 비꼰 {사막의 폭풍}(Desert Slaughter)이라는 책은 당시 미군의 무차별 폭격과 개전 이후의 질병, 굶주림으로 죽어간 민간인의 수가 수십만에 달한다고 고발한다. 또 그 해 2월 13일 미군이 바그다드의 한 공습대피소에 떨어뜨린 폭탄은 민간인 4백여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그 중 3백여명은 어린이였다.
가까운 아프간전쟁에서도 민간인 사망자 수는 이미 1만3천여 명에 달하며, 알카에다와 탈레반 잔당을 축출한다는 명목으로 아직도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7천여 미군의 작전수행 와중에 희생된 민간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영국 BBC 특파원은 민간인 거주지역에 대한 미군의 폭격으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쟁에서 비무장 민간인들이 대량 희생되는 이유는 적의 전력을 파괴하고 '잠재적 적'을 소탕하기 위한 체계적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비군사시설이나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무차별 폭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전쟁 전후의 대규모 민간인학살의 경험이 이미 말해주고 있다. 결국 '이라크인에게 인권과 민주주의를 가져다주겠다'는 명분으로 벌어지는 이번 전쟁은 학살만을 예고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19일 한국정부는 많은 인권·사회단체들과 시민들의 파병 철회 요구에 눈감은 채 5-6백명 규모의 파병 준비를 본격화했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역시 파병을 적극 지지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심지어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 황장엽 탈북자동지회 명예회장 등 수구세력들이 모여 결성한 '자유통일국민대회'는 전투병 파병까지 촉구했다. 이러한 행위는 대규모 민간인학살을 교사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샬롯 앨더브런이란 이름의 한 이라크 소녀는 지난 5일 미 주간지 <Wiretap>에 게재된 반전 호소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에 살고 있는 2천4백만 인구 중 절반 이상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제가 바로 당신들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랍니다."
한국정부와 국회는 정녕 이 아이들에게서 생명과 미래를 훔치는 일에 가담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