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3년차 노동자가 지난 5월 받은 임금은 총 68만9천여원, 원청인 포스코 광양제철소 노동자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 한 달 동안 길거리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업체 삼화산업노조 교육부장 안지훈 씨의 설명이다. 삼화노조는 이러한 차별을 없애자고 주장하다 회사측의 '직장폐쇄'로 지난달 길거리로 쫓겨났다. 안 씨는 "그간 회사측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사항에 대해 노조가 회사측 안을 수용하기로 했는데도, 회사가 계속 직장폐쇄로 버티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노조에 대해 회사가 직장폐쇄로 버틸 수 있는 것'은 바로 원청인 포스코 덕분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평상시에는 하청업체 사정으로 생긴 업무 차질에 발끈해 온 포스코가 삼화노조의 쟁의가 시작되자, 하청업체에 업무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조정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포스코에 인력파견만 하는 삼화산업의 경우, 직장을 폐쇄해도 큰 손해가 없을 뿐더러 원청에서 업무부하까지 조절해 주다 보니 노조와 성실한 교섭에 나설 이유가 없다.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쟁의행위 금지 조항을 약관에 포함시켜 비판을 받아온 포스코가 이번에는 이렇게 하청업체의 '직장폐쇄'를 은근히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포스코의 또 다른 하청업체 태금산업에서도 발견된다. 태금산업노조 허형길 지회장은 "올 2월 설립된 노조가 노조활동 보장과 여름휴가를 요구하자, 회사가 이를 무조건 거부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5월 28일 노조에서 쟁의를 시작하자, 회사는 일주일도 채 안된 6월 4일에 직장폐쇄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허 지회장은 "원청은 하청업체 노조가 쟁의에 들어가면 쟁의를 이유로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협박공문을 하청업체 측에 보내 노조를 압박하고, 이후에 하청업체가 직장폐쇄 결정을 하면 인력을 투입시켜 노조의 쟁의를 무력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원청이 회사의 직장폐쇄를 은근히 도와주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어찌할 길이 없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그러나 상황이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삼화산업노조 안지훈 씨는 "지난해에는 광양지역에서 삼화노조 혼자 싸웠는데 지금은 태금산업노조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했고, 최근 다른 포스코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결실"이라며 변화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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