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한 집시법 개악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가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개악시도를 가로막고 나섰다. 이에 앞서 25일 대한변협도 법제사법위원회에 개악안 '위헌' 의견서를 낸 바 있다.
28일 국가인권위원회 제1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개악안의 일부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21조를 침해한다"며 국회의장에게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인권위는 개악안이 집회·시위가 집단적 폭행 등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경우 남은 기간의 당해 집회·시위와 동일목적의 다른 집회·시위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집회의 목적을 기준으로 금지통고를 하는 것은 모든 집회를 예방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또 인권위는 개악안이 초중고 학교시설과 군사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설보호요청이 있을 때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데 대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경우"로 수정해 '명확성'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주요도로에서의 행진까지 금지함으로써 도심집회를 사실상 '원천봉쇄'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행법은 △주요도시의 주요도로에서 원칙적으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 금지할 수 없다(제12조)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는데 개악안은 "질서유지인을 두고 행진하는 경우에도 심각한 교통불편이 있으면 집회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것. 이에 대해 인권위는 "예외규정을 무력화시켜 집회의 자유를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하는 침해최소의 원칙에 반한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또 개악안이 집회·시위에서 발생하는 소음기준을 대통령령에 정해 사실상 확성기 사용을 금지하도록 한 데 대해 인권위는 "헌법에 따라 집회의 자유는 법률로 제한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소음기준은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악안이 사복경찰관이 집회·시위현장에 출입해 주최자 및 참가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집회의 자유 침해 정도를 높이며 주최자 및 참가자에 대한 포괄적 명령권을 국가권력에 부여한다"며 삭제를 요구했다.
집시법 개악안은 내달 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어서 이번 인권위의 의견 표명이 국회에 미칠 영향이 기대된다.
한편 이번 인권위의 의견이 경찰의 자의적인 집회금지 관행을 일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집회·시위의 사전 제한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나 가능하다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라며 "현행법 하에서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는 단서가 경찰의 자의적 집회금지를 정당화해 왔는데 인권위 권고에도 이런 표현이 포함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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