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는 형사절차상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형사소송법(아래 형소법)의 개정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노들장애인야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7개 장애인권단체로 구성된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장애인 인권확보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는 주로 수사 및 재판에서 장애인의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한 조치들이 논의됐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그리고 거동이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는 때에 따라 '억울한 누명'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따라서 장애인 피의자 및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영신 변호사는 이를 위해 형소법 개정에서 '보조인 범위의 확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피의자 및 피고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자'로 현재 형소법 29조 2항에서는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와 호주'가 보조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진술에서 보조인이 있어야 의사 소통이 가능한 장애인의 경우, 부모나 다른 가족 역시 장애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 보조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이날 모인 장애인권단체의 공통된 주장이다.
고 변호사는 "초기 수사에서 제대로 진술하지 못해서 억울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보조인의 범위에 반드시 '신뢰관계에 있는 자'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의 특성을 알고 의사소통이 자유스러운 사람에게 보조인의 역할을 맡겼을 때 형소법의 '보조인 제도'가 실질적인 권리 보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김주현 정책기획부장 역시 뇌성마비장애인의 예를 들며 "보조인의 '의사소통'이 지식과 기술 등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고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장애 특성을 이해하며 참을성과 관심을 가지고 '의사소통을 보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조인 범위의 확대와 더불어 피의자에게 보조인 제도 의무고지 및 장애인에게 보조인이 없는 경우 법원에서 직권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조서 또는 재판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 진술자에게 충분히 읽어주거나 열람하게 하여 기재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를 위해 문서를 점자나 플로피디스켓(음성)의 형태로 작성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개정법률안으로 제시됐다.
또한 법무부 혹은 대법원 산하에 관련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를 두어 장애로 인해 형사절차상 발생하는 차별을 감시하고 장애인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공동행동은 토론회에서 제안, 논의된 장애인 인권보장을 위한 조치들을 검토한 후, 법무부에 의견서를 보내고, 개정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달 정책목표와 과제를 담은 『인권존중의 법질서』라는 정책보고서를 통해 이미 '형사법제도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게 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현재 형소법 개정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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