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에 의한 성폭력 문제가 2차 가해로 번져나가, 피해자와 증언자들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됐던 시위 도중,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1078중대원이 한 여성 시위 참가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에 대하여 목격자를 비롯한 시위 참가자들은 1078 중대와 인근 경찰들에게 성폭력 문제를 규명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성폭력 사건 처리에 무지한 면모를 드러내며, 증언자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2004년 8월 5일자 인권하루소식 참조)
그런데 최근 이 사건과 관련된 현장 동영상과 기사 등이 온라인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피해자와 증언자가 소속된 단체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 등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글들로 얼룩지고 있다.
성폭력 사건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촉구했던 증언자 A씨는 보도 이후 신원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의 인신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A씨는 "소속 학교와 단과대학교 홈페이지, 개인 미니 홈피 등에 욕설을 퍼붓는 협박성 글들이 쇄도한다"며, "마음이 아프고 화가 많이 난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게시판의 글들 중 다수가 가해자로 지목된 전경들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는데, 왜 피해자와 증언자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피해자가 2차 가해성이 짙은 글들을 보았을 때, 어떤 심정을 갖게 될지 두렵다"고 전했다.
성폭력 사건 현장을 기사 및 영상으로 취재한 '미디어 참세상'(아래 참세상)도 보도가 나간 후, 독자의견란에 "경찰들이 그런 못생긴 여자 몸을 만지고 싶었겠느냐", "여자를 시위대에 끼워 넣는 이유가 일부러 성폭력을 유발하려는 의도이지 않느냐"는 등 피해자와 여성 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모욕적인 글들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현재 '참세상'은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이 사건과 관련된 기사에 한해 독자의견란을 잠정 폐쇄한 상태이다.
반성폭력 활동가인 시타 씨는 "성폭력을 둘러싼 다수의 통념이 가해자의 감성으로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이 제기되었을 때도 여성의 외모나 품행 등이 거론되어, 피해자의 고통이 일파만파 확장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문화가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덜 묻기 때문에 현행법 상 수용되지 않는 폭력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또 획일적인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군대나 경찰 같은 조직 역시 익명성이 보장된다"며 "성폭력을 집단적으로 지지해 줄 가능성이 커 여성에 대한 폭력 에 무감각해지기 쉽다"고 진단했다.
한편 9일 오전, '전국학생투쟁위원회'는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여성의 경험을 중시하지 않는 1078 중대를 규탄"하면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