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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민불안' 조장하는 경찰

경찰, 불심검문 불응 시 벌금·총기사용 조건 완화 등 발표

"신분증 좀 보여주시죠"
"검문 이유가 뭡니까?"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불심검문이 아니라 '직무 질문'입니다"
많은 사람 중에 자신을 지목한 것이 불쾌해서 시민은 다시 묻는다.
"무슨 신고가 들어왔다는 겁니까?"
"글쎄 신고가 들어왔으니 신분증을 제시해 주십시오"

경찰이 검문 사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자 시민은 검문을 거부했고, 이에 경찰은 시민을 연행하려 했다. 화들짝 놀란 시민은 "내가 뭘 잘못해서 끌고 가냐"고 항의하자, 경찰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강제로 시민을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12일 경찰이 발표한 '공권력 확립 종합대책'에 따르면 이와 같은 경찰의 불법행위가 '합법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잇따라 발생한 강력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추진 배경을 밝혔다. 개정안에는 '불심검문 시 거동 수상자에 대해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 있으며, 신원을 밝히지 못한 자에 대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를 물리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경찰의 총기 사용 요건에 대해서도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현재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사회단체들은 경찰이 추진하고 있는 '공권력 확립 종합대책'이 경찰의 수사편의주의이며, 경찰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성명을 통해 "최근 강력사건의 발생을 기회 삼아 '경찰 주도하의 통제사회'를 만들려는 시도이며, 인권 존중의 방향과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경찰의 총기 사용 요건 완화에 반대하며 "안전한 대안장비를 구비하고, 경찰 내에서 충분한 사격 훈련과 안전수칙교육,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인권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국장도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경찰이 자신들의 권한만을 강화시키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불심검문을 거부할 경우 벌금이나 구류 등은 실제로 강제 연행을 의미하며, 이는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강력범죄가 불심검문을 제대로 못해서 일어난 것이 아닌데 왜 이런 대책을 내놓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