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민 씨는 지난 2003년 11월 21일 추가파병만은 안 된다며 현역 군인의 신분으로 농성을 벌이다 수감되어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 지난 2월 28일 3 1절 가석방으로 1년 3개월 만에 출소한 병역거부자이다. 강 씨는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낭독한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우리 군의 역할은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며 자국의 국토와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또 아무런 명분도 도덕도 없는 제2의 베트남전에 우리의 군대가 파병되어 이라크 국민을 죽이고 또한 죽어간다면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부당한 전쟁을 거부할 권리
강 씨의 병역거부는 당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역 군인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군대는 국가공인 KS 마크 남성들에게 어서 국방부 시계가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인생의 지워진 한 페이지쯤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감히 군의 위상과 지위에 관해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기에 '강철민 이등병'의 행동이 다소 생소하고 한편으론 괘씸하기도 했을 것이다.
정말 다양한 차원에서 논쟁이 진행되었는데 군대라는 이슈의 특성상 온라인에서는 이성적 논의라기보다는 감정적 욕설이 난무하는 고질적 풍경들도 연출되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은 부당하지만 국익을 위한 파병은 어쩔 수 없다는 것, 징병제와 군대 자체의 존립을 뒤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에 강 씨의 행동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비록 군사독재 시절은 극복했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가 지독한 군사주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정당한가, 군인에게 병역거부권 혹은 부당한 군사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존재하는가를 두고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그 논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강 씨의 병역거부는 "과연 군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여전히 갇히는 양심들
강 씨의 병역거부 이후에도 한 달이면 5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병역거부로 감옥에 갇혔으며 2005년 2월 15일 현재 오태양, 나동혁 씨를 포함한 885명이 전국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2004년 8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후 그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만약 입법부 차원에서 대체복무제도 개선 등의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평화를 옹호한 죄로 감옥에 갇히는 젊은이들의 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불행 중 다행히도 2004년 9월에는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외 22명, 11월엔 민주노동당 10명의 의원이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도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3월 11일 국회 국방위 공청회를 앞두고 있다.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출소 후 강 씨는 사회를 향해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한 발을 내딛었다. 1년 3개월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기에 스스로를 추스르고 적응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들도 조금은 부담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1년 3개월 전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한 장을 들고 부대를 나설 때의 그 마음은 변치 않았다고 말한다.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벌인 지금의 전쟁놀이에 단 한 톨의 이해관계도 없는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칠까봐 자신이 파병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군의 일원임을 부끄럽게 생각했던 강철민 씨, 그의 평화바이러스는 여전히 꽃씨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덧붙임
최정민 님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