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은 업체가 근로계약 때부터 1시간 연장근로 수당과 월차수당을 하루 일당으로 포함시키는 편법을 사용한다며 하루 8시간 노동과 연장근로 수당, 주·월차 수당과 유급휴일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현장에 식당이나 휴게시설이 전무해 작업장 바닥에서 점심을 먹고 먼지 구덩이 속에서 쪽잠을 잔다"며 점심 제공과 함께 식당·휴게실·탈의실 등 시설확보를 요구했다.
이어 "대다수 업체들이 안전화도 지급하지 않고 개별 노동자가 해결하도록 한다"며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장구와 안전화, 작업복 등을 반드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또 노동자들은 노동강도 강화와 빈번한 임금체불, 중대재해 증가 등의 근본 원인으로 다단계 하청구조를 지목하며 "원청회사의 책임회피를 막기 위해 재하청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 회사에는 조합원 없다?
이들은 울산의 석유화학공장, 발전소, 조선소 등 원청회사의 수주를 받아 설비 건설·유지·보수를 맡은 58개 전문건설업체에 속해 배관, 용접, 기계 등의 직종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1월 노동조합을 구성해 같은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16차례 교섭을 요구해왔지만 그동안 교섭에 나선 업체는 단 한곳도 없는 상황이다. 사측 공동교섭단은 존재하지만 각 회사들이 자사 소속 조합원이 없어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결국 울산건설노조는 지난해 7월 해당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 명단을 전달했다. 울산건설노조 최영철 기획국장은 "회사들이 아예 교섭을 안 하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각 회사당 1명의 조합원 명단만 전달했는데 명단에 포함된 조합원들은 곧바로 탈퇴하거나 해고되어 아직도 일을 맡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울산지방노동사무소 김종철 근로감독관은 "지방노동위원회는 명단이 전달된 16개 업체에 대해서는 교섭 당사자성을 인정해 '조정중지' 결정을, 전달되지 않은 42개 업체에 대해서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고 전하며 "16개 업체에 대해서는 단체교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나, 이들도 지난해 7월 당시에는 조합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해고되어) 없으므로 자신은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합원 밝혀지자 해고…블랙리스트 통한 취업거부 의혹
울산건설노조는 "건설업의 특성상 전문건설업체들이 공사가 있을 때 채용을 하고 공사가 끝나면 채용해지하지만 외형상으로만 그렇다"고 밝혔다. 산업설비는 공장이 가동되는 한 끊임없이 유지·보수·증설 공사가 필요하고 노동자들은 각 업체의 소장, 반장 등 중간관리자와 인맥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순환적·반복적·지속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조합원이 채용되어 있을 때만 교섭대상이 되고 아닐 때는 교섭대상이 안 된다는 업체들의 주장은 교섭을 회피하기 위한 억지주장이며 사실상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업체들이 취업과 출입증 발급 과정에서 조합 탈퇴확인서를 요구해 조합원들이 탈퇴확인서를 받기 위해 조합으로 오고 있다"며 "이는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막고, 조합원 채용으로 교섭 대상이 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기획국장은 "현장에서 공공연하게 블랙리스트가 나돌아 조합원은 해고는 물론 취직은커녕 주요 사업장 출입도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그는 "사측은 교섭에는 나서지 않으면서도 노동조합 동향 감시에는 적극적"이라며 "올해 1월 22일 울산건설노조 정기총회가 열린 울산공고 정문 앞에서 조합원 출입장면과 차량 번호판을 촬영하던 사람을 잡아 (주)삼성정밀화학 총무주임이 사주했다는 증언을 받아냈다"고 소개했다. 조합은 이 건을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 조사중에 있다.
이에 대해 울산건설노조는 "(이번 파업을 통해) 사측이 정당한 노동쟁의에 참여한 것을 이유로 조합원을 처벌, 보복하는 관행과 불법을 반드시 바꾸어 조합원들의 단체행동권을 보장받겠다"고 벼르고 있다.
울산건설노조는 앞으로 △지도부가 울산 부곡동 외국인공단 부지에서 천막농성을 지속하고 △매일 총파업 집회를 개최하며 △매일 아침 교섭대상 업체 정문에서 대체인력으로 나선 노동자들에게 파업동참을 호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