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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신종 노동탄압수단 가처분에 제동 걸렸다

창원지법 "사태악화 책임 사측에 있다"

손배·가압류에 이어 새로운 노동탄압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가처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6일 창원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박용표 판사)는 통일중공업(대표이사 홍영기)이 전국금속노조 통일중공업지회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사실이 11일 알려진 것. 이번 결정은 최근 사측이 노조탄압의 수단으로 남발하고 있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엄격한 요건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일중공업 사측은 해고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방문을 위해 인원, 일시 등을 사전에 회사에 통보해 승낙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창원시 외동의 자사 공장용지와 도로 등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1월 31일 창원지법에 낸 바 있다. 또 창원시 대원동 주물공장 공장용지 등의 내부와 주변 100미터 이내에서 △회사 임직원과 고객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 △근무시간 중에 근무지를 이탈하여 다른 작업현장을 사전허가 없이 출입하는 행위 △집회를 열거나 행진을 하거나 연좌시위를 하거나 구호를 제창하는 등 "업무의 정상한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 △확성기, 앰프, 마이크 등을 사용하여 노동가요 등을 틀거나 기타 소음을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 △회사의 신용이나 명예를 훼손할 정도로 비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이를 위반할 경우 노동자 1인이 1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통일중공업 사측은 회사 사정을 이유로 휴업휴가 처리한 250명의 조합원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복귀시키면서 원래 근무처가 아닌 주물공장으로 배치해 물의를 빚었다. 사측은 이들 가운데 원직복직을 주장하며 주물공장 배치를 거부한 90여 명을 지난 3월 14일자로 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 창원지법은 △휴업휴가자 250명 전원을 원직복직시키지 못하게 된 회사의 불가피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사전에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며 △사측이 노동자들을 대화로 설득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강경 대응해 노동자들을 징계해 해고함으로써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책임도 있어 보인다며 기각했다.

기각 결정에 대해 통일중공업지회 윤정민 사무장은 "이미 경남지방노동위가 휴업휴가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원직복직 명령을 내렸는데 사측은 이의 이행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을 입사 후 20여 년 동안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주물공장 업무에 배치했다"며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해고하고 정당한 의사표현까지 가로막으려 한 것은 전무후무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마저 그 부당성을 지적했으므로 이제 사측은 성실한 교섭을 통해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권영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가처분은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발생하는 급박한 필요에 따른 것이지만 동시에 사태의 진정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주변정황이나 노사간 형평을 잘 살펴야만 가능한 것"이라며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가로막는 사용자 편향적인 가처분 결정이 많았는데 이번 결정은 가처분의 요건을 엄격하게 따진 정상적인 판결"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회사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까지 노동조합에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상식을 확인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