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사업장 종사자들이 파업할 경우에도 일반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대체인력 투입을 금지시키고 있는 법률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 김근태)가 사실상 위헌 의견을 낸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보장해왔던 '대체인력 투입금지' 조항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아래 노동조합법) 제43조(채용제한)는 쟁의행위 기간 중 해당 업무에 대한 대체인력이나 신규인력의 배치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노동자의 파업권을 보호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 사업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노동권 vs 생존권
이에 대해 올해 초 한 사회복지법인의 관리자 박 아무개 씨가 이 조항을 사회복지시설에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심판(2005헌마138)을 청구해 현재 심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 사건에 대해 지난 3월초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시설생활자의 기본적 생계보장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하는 시급성과 긴급성이 있"다고 전제하고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금지 조항이)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도 적용"된다면 "시설 생활자에 제공되어야 하는 복지서비스 공급에 제약"을 가하게 되므로 "시설 생활자의 생계유지 및 보호가 시설종사자인 근로자의 파업 효력의 유지를 위한 신규 및 대체인력의 금지보다 더 우선한다"며 사실상 '위헌'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사회복지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격렬하게 반발할 태세다. 송영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파업은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교섭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는 것이므로 제3자의 피해를 예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는 "사회복지시설의 파업은 피해를 입게 되는 제3자가 사회적 약자라는 측면에서 파업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요소는 될 수 있다"면서도 "만약 헌재가 위헌결정을 해 합법이든 불법이든 모든 파업에 대체인력을 허용하게 되면 사회복지시설에서의 파업은 전면 금지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대체인력 투입은 사측에 날개 달아줄 것"
유원근 전국사회복지노조 산별추진위 집행위원장은 "지금도 사회복지 사업장의 파업은 이용자들을 내팽개친다는 사회적 비난이 너무 커 돌입 자체가 쉽지 않았고 조합원들도 이용자들을 감안해 마지막 순간까지 자제해왔다"며 "대체인력까지 허용되면 비리재단에 맞서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 강화와 민주화를 요구해온 노조가 무력화되고, 이용자들의 권리보장 수준도 사측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섭을 회피하는 사업주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권리와 생활자들의 생존권은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송 변호사는 "과연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파업 때문에 생활자들의 생존권이 박탈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었는가?"라고 반문하며 "노동자들은 보통 파업권을 전면 행사하기보다는 극한 상황은 되도록 피하면서 사측을 교섭자리로 나오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 영역에서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한다면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합리적인 노력과 근로자로서의 지위 자체를 무시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쟁의기간 중 대체인력 투입은 지금도 손쉽게 자행될 수 있어 만약 헌재가 위헌판결을 내린다면 시설 운영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고보조금 횡령과 생활자·직원들에 대한 노역강요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성람재단이 대표적. '장애인인권회복·성람비리재단 퇴진과 정상화를 위한 공대위' 민태호 집행위원장은 "파업기간 중 대체인력 투입에 대해 노동사무소에서 금지명령을 내렸지만 성람재단은 정식재판을 청구해 시간을 끌면서 조합원들의 사업장 출입마저 막았다"며 "사측은 평소 인원의 80% 정도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하면서도 전원 '자원봉사자'라고 우겼다"고 전했다.
복지부의 의견서 제출에 대해 유 집행위원장은 "복지부를 상대로 위헌 의견에 대한 판단근거를 묻고 집중집회·1인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라며 "헌재에 대해서도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입장을 전달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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