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장관 진대제)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대한 실명제 도입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정보인권단체들이 도입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정통부는 '익명성에 의한 폐해 최소화 및 피해구제의 실효성 확보 대책 토론회'를 열고, 상업성·전파성·파급효과가 큰 일정 규모 이상의 포털사이트에서는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을 의무화하는 '제한적 실명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명예훼손 등으로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위법성 판단이 애매한 정보에 대해서는 접근을 임시 차단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 공개여부를 결정하는 '가처분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인터넷의 익명성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등 역기능 현상을 발생시키거나 조장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실명제를 도입할 경우 역기능적 행위의 사전적 자기조절과 사후적 자기책임성 확보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24개 정보인권단체들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네티즌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올리는 글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사전에 자기 검열을 해야 할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통신비밀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할 수 있는 반인권적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사이버 폭력의 원인을 익명성에 한정해서 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분석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포털사이트가 회원가입 단계에서 실명인증절차를 거치고 있고 기사에 대한 덧글을 쓸 때조차도 로그인을 요구하는 등 인터넷 공간은 이미 익명성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4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3일까지 80개 주요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신용정보회사를 통해 실명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미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는 사이트가 △정부부처 43% △광역자치단체 33% △정당 50% △국립대 11% △언론사 62% △포털사이트 30% 등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도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
게다가 실명인증을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서버에서 아이피(IP) 주소와 로그기록을 남기고 있어 인터넷 이용자 추적은 현재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오프라인 공간보다) 오히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훨씬더 용이하게 감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명제 도입이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더 후퇴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이용자들은 개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만 하고, 사이트 운영자는 상시적인 신분확인을 위해서 개인정보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만 한다"며 "(3000만 명이 넘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는) 언제나 유출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한 번 유출된 개인정보는 해당 개인들에게…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설사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각각의 웹사이트 또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운영원칙과 필요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국가가 강제적으로 실명제를 도입하라고 의무화해서는 안된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명제 도입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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