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17일부터 가로 1.2미터, 세로 1.8미터의 방 10개로 구성된 2층짜리 쪽방건물 1동을 판자로 지어 이날 완성했다. 일반적인 쪽방 크기와 비슷하게 지어진 이 건물에는 공동세면실 1개와 공동화장실 1개도 갖춰졌다. 성균관대·성공회대·동국대 등 '절망과 빈곤 희망의 연대' 실천단을 구성한 대학생 20여명은 방마다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았다. 이들은 빈활이 끝나는 21일까지 방 하나에 2명씩 들어가 숙박체험을 할 예정이다.
1960∼70년대 도시화와 함께 기차역과 인력시장, 재래시장 인근에 들어선 쪽방은 보통 한 사람이 겨우 잠만 잘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크기의 방으로 부엌이 없고 화장실이나 세면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건물 또한 오래된 것이 많고 일부는 목조건물이어서 화재 위험이 매우 높다. 쪽방은 주로 보증금 없이 일세(5000∼7000원)나 월세(13∼22만원)를 내도록 하고 있어 단신 일용노동자의 거처로 이용되어 왔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소방방재본부가 김흥식 서울시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현재 서울시내에는 종로구 돈의동·창신동, 용산구 갈월동 등에 352개동 3883개의 쪽방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약 1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실사 문헌준 대표는 "정부의 주택정책은 택지를 개발해 임대아파트를 만드는 것이지만 보증금과 임대료가 높아 도시 저소득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사회양극화의 핵심에는 주거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쪽방과 비닐하우스, 지하방, 옥탑방 등은 저렴하지만 살만한 환경이 되지 않는다"며 "쪽방체험을 통해 주거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저렴한 임대주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날 쪽방체험에 참여한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학생 김소연 씨는 "개발주의 정책은 빈민들을 내몰고도 보상비는 적게 쥐어준다"며 "빈민들은 다른 지역의 쪽방으로 내몰리고 쪽방 월세는 올라가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씨는 "쪽방을 보니 열악함이 직접 느껴진다"며 "사람들에게 주거가 권리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거, 공간의 박탈을 넘어 평등한 삶의 자리로!'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빈활은 19일 서울시 다가구매입임대주택 현장방문조사와 20일 포이동266번지 주거실태조사로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