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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않은 편지] ‘추모’는 ‘기리고, 따른다’는 의미

9일 하중근 열사 장례식,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노가다 인생’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천시 받고 멸시받는 인생’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세상 만물을 만들어 내는 이 땅 노동자들의 삶이 그러하듯이.

한 건설노동자가 아무런 방어수단도 갖지 않은 채, 불법다단계 건설현장을 바꿔내고자 포스코 본사를 점거하고 있던 동지들을 지지 방문하던 중 경찰의 폭력에 의해 죽음을 당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아무리 부검 결과를 놓고 흰소리를 늘어놓아도, 경찰이 아무리 오리발을 내밀어도 진실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경찰이 곤봉과 방패로 우리의 노동자, 하중근 열사를 죽였습니다.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수천 수만 명이 그의 사망 장소인 형산강 다리 모였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똑같은 공권력의 살인적인 폭력 앞에 또다시 맨몸으로 맞서야 했습니다. 또한 모든 것 다 버려서라도 열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단 하나의 마음으로 수십 수백 명의 건설노동자들이 매주 서울에 올라와 노숙농성을 하며 제 나라 국민을 죽이는 ‘공권력’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투쟁을 전개했습니다.

많은 돈 뿐만 아니라 큰 권력까지 갖고 있는 거대자본 포스코 건설과 보수 언론은 하중근 열사의 죽음의 진실에 대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습니다. 또 정부는 인간답게 살 권리,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건설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공갈협박죄’라는 터무니없는 이름의 죄를 앞세워 전국적인 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적반하장’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출처; 통일뉴스>

▲ <출처; 통일뉴스>



오늘(9월 6일) 하중근 열사의 장례식을 치룹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관철되기 전까지는 장례를 치룰 수 없다는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간절하지만,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냉동고에 안치된 시신을 둔 유가족들의 아픔은 너무나도 컸습니다. 하중근 열사가 밤마다 어머니의 꿈에 나타나 “어머니 춥습니다, 어머니 춥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는 유가족의 한맺힌 절망 앞에서 더 이상 장례를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장례를 치룸으로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우리의 요구가 이대로 유야무야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조건의 변화보다는 열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자칭 ‘공권력’이라는 국가에 의한 살인폭력행위가 우리의 현대사와 궤적을 같이 하며 끊임없이 자행되어 온 현실이 보다 더 근본적입니다. 수없이 많은 열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살인적인 국가 폭력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은 여전히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9월 6일 하중근 열사가 쓰러졌던 포항 형산대교 앞 그 장소에 수많은 이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열사의 죽음으로 얼룩진 그 땅이 수많은 이들의 눈물로 또다시 적셔질 것입니다. 열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내겠다는 약속의 장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당신의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실 하중근 열사를 추모합니다. ‘추모’는 ‘기리고, 따른다’는 의미입니다. 열사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과 함께 장례식 이후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한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 갈 우리들의 모습을 믿습니다.
덧붙임

이승우 님은 추모연대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