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웃음이 이용당하고 있다’
아니 이게 무슨 섬뜩한 말씀! 누가 이런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건지. 나는 즉시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동영상을 보기 위해 다시 마우스를 움직였다. 아…그런데 또 다시 메시지 창이 떠오른다.
‘올림픽 환호 뒤에서 쥐박이가 웃고 있다.’
올림픽? 쥐박이? 지나가는 바이러스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메시지를 클릭했다. 그러자 나타나는 사진 한 장!
앗. 저것은 쥐박이! 대한민국 대통령 쥐박이와 그 측근들. 그런데 왜 다들 손은 번쩍 들어 올리고 있는 거지? 혹시, 올림픽 세레모니~?! 사진 밑에 작은 글이 씌어 있다. 무언가 단서가 들어 있겠다 싶어 읽어보니….
메시지의 내용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아 멈출 수 없는 궁금증! 점점 더 흥미로워진다. 쥐박이와 올림픽, 그 안에 무엇이 있는 걸까! 한번 파헤쳐 봐야겠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올림픽 정신’ 아니냐! 음하하하하
올림픽이 그냥 올림픽이 아니야
올림픽이 끝난 것을 아쉬워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쥐박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쉬워한 이유는 나와는 무척 다른 것 같다. 더 이상 스릴 넘치는 스포츠를 즐길 수 없기 때문에? 음…분명 그것만은 아니었다. 쥐박이가 남긴 말들이다.
"저도 올림픽을 통해서 위로를 받고 국민들도 격려하는 좋은 계기가 될 줄로 안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젊은 세대가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 우리 모두가 잘하면 다 잘 될 것이다."
아 쥐박이는 도대체 무얼 위로 받았던 것이냐!! 그리고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고? 스포츠에 참가했던 선수가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한국 국민이 모두 위대하다고? 언젠가 사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국가에서 스포츠의 승리를 ‘국가의 우수성’이라는 말로 바꾸어서 모든 국민들이 국가에 희생할 것을 강요하는 국가주의로 동원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피땀 어린 메달을 정부가 고스란히 뺏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쥐박이 역시 선수들의 올림픽 메달을 자기 목에 걸려고 침을 젤젤 흘리며 20년 만에 거리 퍼레이드까지 열었다.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나 했던 일이란다. 아니 그때는 메달을 딴 선수 중 일부만이 카퍼레이들을 벌인 적은 있다고 한다. 이렇게 올림픽 선수단 전체가 거리 퍼레이드에 참여한 것은 1984년 LA올림픽에 첫 참가한 이후 사상 처음이란다!!! 아흐…>.<
아. 그리고 이 사진 한 장. 태권도로 금메달을 딴 황경선 선수는 부상을 당한 몸을 이끌고 퍼레이드에 참가했단다. 영광의 상처이니, 투혼의 상징이니 다들 난리가 났다. 쥐박이 쇼쇼쇼에 참가하기 위해 350명 선수단이 모두 함께 귀국한다고 또 얼마나 난리를 떨었는지. 경기 일정이 끝난 선수들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단다. 집으로 돌아가는 다른 나라 선수들을 부러워하고 선수촌에서 시간만 때웠다는 후문이~!!
올림픽이 교육 경쟁까지
올림픽이 이렇게 이용당하고 있을 줄이야! 이제 그저 웃고만 있을 수 없다. 쥐박이와 그 측근들이 금메달을 국가경쟁력과 연결하려 들고 있는데 말이다. 국가경쟁력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참 웃긴 말이다. 마치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인 것처럼 말하지만, 한 국가의 ‘국민’들이 모두 똑같은 처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위한다지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매일 좋은 대우를 받는다. 학생경쟁력을 높이자고 한다면, 모두 그 아이들을 위한 거다. 국가 경쟁력도 마찬가지 아닐까?! 쳇 게다가 쥐박이 찌라시 신문 하나는 박태환이 타고난 체격 때문이 아니라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수월성 어쩌고 하는 교육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놈의 공부 때문에 머리가 띵해서 올림픽으로 머리를 시키려 했건만, 뒤에서 누군가가 올림픽을 이렇게 교육과 연결할 줄이야. 젠장헐, 올림픽 하나가 국가경쟁력에, 교육경쟁력까지 어쩌고저쩌고 하는 쥐박이와 측근들이 괘씸하다!
이래저래 화가 나긴 하지만, 쥐박이가 웃는 진짜 이유를 밝히게 돼서 기분이 좋다. 하핫 나 역시도 올림픽 선수가 된 것 같은 기분?! 그러고 보니 아무 것도 모르고 올림픽에 환호하고 있을 친구들 얼굴이 떠오른다. 쥐박이의 얼굴에 똥침을 날려주기 위해서라도 나의 추적 결과를 그냥 묻어둬서는 안 된다. 메신저에 로그인한 친구들부터 알려줘야지…쪽지 메시지함이 어디 있더라…그래…여기…탁탁탁탁…클릭. 띠링
‘올림픽 환호 뒤에서 쥐박이가 웃고 있다.’
덧붙임
* 이선주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의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