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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공룡트림]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허무는 사랑이야기

그림책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

우리 어린이들은 성에 대해 얼마나 솔직할까? 요새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의 어린이들이 아니어도 예전보다 성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들이 많지만, 겉으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해.

그래서 영화 속에서 키스하는 장면만 나와도 처음 보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궁금한 게 많아도 성교육 시간에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 마치 성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면 돌로 변해버리는 마법에 걸린 사람들처럼 말이지. 그래서 그런지 자기들끼리 쑥덕대는 것들 말고는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러다 보니 성에 대해 편견도 많아. 특히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더 심해.

학교에서 부드럽고 섬세한 성격의 남자아이들이나 활기차고 다부진 여자아이들은 언제나 놀림을 당하기 마련이야. 선생님들 중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동성 친구를 보면 “너희 둘이 사귀냐?”라고 함부로 말하기도 하고 그 말을 들은 반 아이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놀리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

두 사람의 감정이 사랑이든 우정이든 개인의 감정인데 그걸 함부로 판단하고 우스운 것이나 놀림감으로 만들어버려. 아니면 절대로 이야기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만들기도 해. 그러다 보니 사춘기에 친구들이 사람 사이에서 느끼게 되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성적 호기심, 서로에 대한 친밀감과 교감 같은 것은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되어버린 것 같아.

어른들의 시선도 별로 다르지 않아. 작년 서울시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 그리고 얼마 전 제정된 어린이․ 청소년인권 조례에 동성애 차별금지 조항이 들어갔다고 몇몇 어른들은 난리가 났어. 단지 성적지향이나 정체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항목이 있는 것뿐인데, 마치 그 항목이 동성애를 조장하게 만든다는 거야.

그런데 정말 그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자신만의 감정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런 감정을 가진 어린이와 청소년은 존중해서도 안 되고 인간다운 대우를 받아서도 안 되는 것일까?

성소수자의 사랑은 조롱과 멸시를 받고 침묵 당해야 하고 오직 이성애자의 사랑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번에 소개하는 그림책『사랑해 너무나 너무나』(저스틴 리처드슨 ․ 피터파넬 글. 헬리 콜 그림. 담푸스)는 많은 것을 던져준다고 생각해.


이 책에서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 동물원에 살고 있는 턱끈 펭귄 로이와 실로는 둘 다 수컷 펭귄이야. 그런데 두 펭귄은 다른 펭귄과 조금 달랐어. 다른 수컷 펭귄들이 암컷 펭귄을 찾아다니며 구애 활동을 할 때, 로이와 실로는 무엇이든 같이 했어. 같이 헤엄치고, 같이 노래하고 같이 걸었지.

맞아. 두 펭귄은 서로 사랑했던 거야. 두 수컷 펭귄은 다른 펭귄 부부처럼 둥지를 만들고 알을 품고 싶어 했어. 그래서 알과 비슷한 돌멩이를 찾아와 서로 번갈아가며 정성껏 품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사육사 그렘지씨는 보살펴줘야 할 알 하나를 찾아서 로이와 실로가 만든 둥지에 가져다 놓게 돼. 두 수컷 펭귄은 알을 정성껏 품고 드디어 새끼 펭귄 탱고가 내어나게 돼. 로이와 실로와 탱고, 이렇게 세 펭귄은 서로 사랑하는 행복한 가족이 된 거지.


이 그림책은 짧지만 많은 여운을 줘. 두 마리 수컷 펭귄이 서로를 바라보고 사랑을 느끼는 장면이 너무나 예쁘게 그려져 있어 미소를 짓게 해. 또 탱고가 태어난 뒤 세 마리의 펭귄 가족이 자유롭게 물속을 해엄치고 서로를 껴안고 있는 장면에서는 가슴 뭉클함이 느껴져. 이 책을 읽다 보면 가족은 혈연관계 그리고 이성애자 간의 관계에서만 생기는 공동체가 아니라는 것을 가만히 깨닫게 돼.

이 그림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대한 문제를 일일이 말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그러한 편견과 차별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힘이 있다는 데 있어.

아직도 편견과 차별 속에서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이 그림책 『사랑해 너무나 너무나』를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해. 이 책은 성소수자건, 이성애자건, 핏줄로 맺은 가족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서로에게 사랑을 나누는 관계와 그들의 감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에 대해 눈뜨게 해줄 테니까 말이야.
덧붙임

이기규 님은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