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두세 달을 보내던 어느 날 일을 가기 싫어 가지 않았다. 몸도 너무 무거웠고 또 우울했다. 그동안 먹고 싶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사먹지 못했던 빵들을 마구 쟁반에 우겨넣고 계산하니 2만원이 나왔다. 엉엉 울면서 빵을 먹어 해치웠다. 그리고 일을 그만 두었다. 왜냐고? 고작 2만원 어치 빵도 못 사먹는 내가 서러워서.
일을 그만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을 걸어가는 동안 길에 즐비한 많은 상점들. 그리고 많은 상점들 속에 일급을 받으며, 주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많은 알바노동자들이 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들었던 생각은 나만 이렇게 살겠어? 하는 회유감이였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휴학 중이던 언니, 나보다 한 살 많은 딸이 있던 배달하는 라이더 아저씨, 매일 새벽에 폐지를 정리하셨던 할머니, 서울로 상경해 알바 하던 친구, 고등학생이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또는 학교를 다니며 집에 돈을 보태던 동생.
더 이상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용돈을 벌려고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알바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나처럼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뉴스에서나 나오는 20대, 30대의 위기와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시급을 받는 알바노동자들로 ‘들끓고’ 있다.
알바노동자는 사람처럼 살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포기해야 하나?
우리는 언제나 불안하다. 문자 한통, 전화 한통으로 해고되기도 하고, 괴로움에 몸서리 칠 시간도 없이 바로 다른 알바를 구해야한다. 알바로 유지되는 생계는 문화생활도, 친구도, 학교도 포기해야만 한다. 게다가 한국사회에서 알바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능력하게 여겨진다. 공부를 못해서, 대학을 나오지 못해서, 알바를 하고 알바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알바 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다. 나를 하대하는 많은 손님들과 사장님, 심지어 알바 하는 동안 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며 무시하는 동료들까지 만나면 나의 자존감은 추락한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포기하면 안 된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수많은 가게들을 강력하게 처벌하여 현재 근로기준법에 준하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알바노동자는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면 가능하다. 2014년 최저임금은 5210원. 나의 한 시간 노동 대가는 너무 적기도 그래서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답게 살고 싶은 알바 노동자들의 욕구를 법과 임금으로 올려야한다. 적어도 그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들어야한다.
알바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바야흐로 알바의 시대가 왔다. 아니, 원래부터 있었지만 더 붉어질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일자리를 70%로 늘린다고 시답잖은 선언을 했다. 그 내용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기는 것으로 세대를 불문하고 남녀를 막론하고 나와 같이 시급을 받고 일하는 알바노동자들을 많이 만들어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있는 알바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도 없으면서, 심지어 현재 있는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알바노동자들을 외면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우리는 항상 알바노동자와 함께 가까이 있다. 우리는 소비자이고 그 안에서 알바노동자들을 매일 만난다. 사람은 존중으로부터 존재한다. 우리는 알바노동자를 의식하고 그들을 만나야한다. 당신의 가족들 중에서도 알바노동자는 적어도 한명은 있고 그만큼 불안정한 일자리가 자꾸 많아져간다는 것을 견제하고 인식해야 한다. 가깝지만 항상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가장 밑에서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세상을 멈추게 할 수 있음을 스스로 알고 행동해야한다.
우리는 함께 할 것이다. 당신이 어떤 행태의 노동을 하고 있든 간에 당신의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니 모든 노동을 하고 있는 많은 알바노동자 여기로 모이자. 우리 알바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사는 그날까지 알바연대, 알바노조가 함께할 것이다. 무기력한 당신! 언젠가 웃음으로 노동을 하는 그날까지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덧붙임
윤가현 님은 알바연대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