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는 코로나19가 점점 괜찮아지는 기미가 보였는데… 중순부터 다시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을까? 알 수 없는 막막함과 답답함이 몰려왔다. 20대 10명 중 7명이 겪고 있다는 ‘코로나 블루’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하게 될 거 같다는 불안감과 내년까지도 어떤 공간에 정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에는 내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처음에는 불안했고, 나중에는 의욕을 아예 상실해버렸다. 어떤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자존감과 연결된다는 것을 느꼈다. 일에서 오는 성취감이 나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느끼고 있다. 그동안 해왔던 영화모임과 상영회, 노란리본인권모임, 친구를 만나는 일이 힘들어졌다. 이런 모든 활동들도 성취감과 연결된다는 걸 알았다.
다행히도 나는 재택알바가 가능한 일을 하므로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 수 있다. 이 점은 엄청난 우울감에 빠지지 않게 해주고 있다. 이마저도 12월까지의 계약직이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불안한 마음이 점점 더 커진다. 그 다음을 계획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거다.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을 하는데, 요즘에는 공고도 적게 올라온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마다, 경력란이 왜 있는지 의문이 든다. 요즘 알바 자리 하나도 구하기 어렵다는데 뭘 쓰라는 걸까?
사실 생각해보면 비정규직인 내가 느끼는 불안함과 취업에 대한 걱정들은 이전에도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었다. 무급휴직, 해고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노동자는 갈 곳을 잃고 있다.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 전의 구조들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일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자괴감은 한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다시 생각을 해봤다. 코로나19 전에도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마다, 나는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해왔다. 그때도 쉽지 않았다. (물론 지금이 더 힘든 것 같지만) 없었던 문제가 아니다. 단지 코로나19로 인해서 사회의 잘못된 부분들이 더 느껴지지만, 표면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거 같다. 그전부터 사회에 있던 문제들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지금부터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어디서 일하고,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너무 궁금해진다.
이 글을 쓰면서도 코로나19와 나의 자존감에 대해서 쓰는 것이 맞는 건지 걱정이 됐다. 원치 않아도 계속 대화 주제로 거론된다. 지긋지긋한, 넌더리나는 그 이야기. 우리끼리라도 속 터놓고 이야기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도 내 옆에 같이 있어주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