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윤석열이 감옥 밖으로 걸어나왔다. 이날 이후 시계는 더욱 숨가쁘게 돌아갔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단식을 시작했고 일요일 오전 기자회견에 이어 매일 집회와 집중 일정들이 있었다. ‘윤석열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세바넷)’도 바삐 움직였다. 3월 12일에는 인권시민사회단체가 공동주최한 ‘윤석열 즉각 파면 평등으로 결의대회’를 열었고 19일에는 동조단식을 함께 하며 광장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그러고도 다시 선고기일을 알 수 없는 일주일이 다가왔다. 민주노총이 3월 27일 총파업을 선포했고 비상행동도 전국 시민총파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세바넷은 평등시민총파업을 조직하기로 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내란의 오늘을 멈추고 평등한 내일을 열자!”는 시민들을 조직하기로.

평일 낮 집회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지연되는 사태를 한시라도 빨리 멈춰야 할 필요성은 너무 절박했다. 계엄이 선포된 그날부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지는 경험이 반복되었고, 그 사이에 극우의 확산도 사회를 위협하고 있었다. 선고가 늦어지면서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는 불안도 확산되고 있었다. 시민총파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신문광고 모금을 시작했고 하루 전인 26일은 4대의 차량을 빌려 서울 전역을 순회하는 연설회도 열었다. 급하게 잡힌 일정이었지만 많은 활동가들이 달려나와 시민들에게 파업을 호소했다. 그렇게 열린 평등시민총파업, 사람들이 집회 장소를 빼곡하게 메웠다. 저마다의 절박함으로 하루를 멈추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멈추는 것은 왜 힘이 될까. 멈추는 순간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따라가며 적응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로 보이다가 어딘가에 내가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를 쥐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 멈출 수 있는 것이 조금 더 많이 보일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일상에 짙게 깔린 차별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순간들도 발견하지 않았을까? 파면선고가 늦어지는 불안보다, 윤석열을 파면하고 평등으로 가자는 희망을, 사람들의 환한 얼굴에서 서로 발견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