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번두리번. 아영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네요. 뭐냐고요? 학교 끝나면 동무들이랑 자주 들르는 떡볶이집이에요. 아영이네 학교 앞 네거리에는 노점에서 정말 맛있는 떡볶이를 파는 아줌마가 있거든요. 그런데 늘 아영이를 반겨주던 아줌마가 오늘은 안 보이네요.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아영이는 옆에 있는 작은 가게 아저씨께 어찌된 일인지 여쭤보았어요. 아저씨 말씀이, 오늘 아침에 몇몇 덩치 큰 아저씨들이 찾아와선 마구잡이로 아줌마의 떡볶이 수레를 넘어뜨리고 물건을 내던지며 장사를 하지 못하게 했대요.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아줌마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걱정하던 아영이의 고개가 이내 갸웃거려졌어요. ‘왜 거리에서 장사를 못하게 하는 걸까?’
떡볶이 수레가 사라졌어
길거리에서 수레나 좌판을 깔아놓고 떡볶이, 오뎅 같은 먹을거리를 팔거나 머리핀, 장난감 같은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노점상’이라고 해요. 길거리를 지나다닐 때 맛난 먹을거리나 재미난 볼거리가 가득 차려진 노점상을 만나는 건 정말 재미난 일이지요. 그런데 얼마 전 서울시에서는 이런 노점상을 없애나가려는 ‘노점특별관리대책’을 발표했대요. 종로구나 관악구처럼 각 구별로 ‘시범거리’를 하나씩 만들어 노점상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장사하는 시간이나 기간, 장사하는 곳의 크기나 파는 물건 등을 정해주는 거래요. 그 외의 다른 노점상은 모두 법을 어기는 거니까 장사를 못 하도록 하겠다고도 했어요. 서울시에서는 이렇게 하면 외국에 있는 유명한 시장들처럼 만들 수 있다면서 더 좋아지는 거라고 말해요. 하지만 정말 더 좋아지는 걸까요?
노점상으로 먹고 살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어떡하죠?
서울시가 정한 대로라면,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정해놓은 거리에 들어갈 수 있는 노점 수도 적고, 들어가지 못한 노점들은 모두 못 하도록 하겠다는 거니까요. 정해놓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면 자연히 찾아가는 사람들 발걸음도 줄어들겠지요. 일부러 멀리 찾아가지 않으면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던 맛난 오뎅과 붕어빵도, 학교 끝나고 동무들과 달려가던 떡볶이도 즐기기 힘들어질 거예요.
더 이상 노점을 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건물을 빌려 가게를 차리고 장사를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런 큰돈이 없는 사람들은 노점이라도 차릴 수밖에 없어요. 직장에서 쫓겨났거나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노점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한 소중한 일터가 되는 셈이지요. 길거리 장사라도 해야 가족들과 살아갈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참 많아요. 특히 최근에는 경제 형편이 나빠지고 사람들을 함부로 쫓아내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그런 분들에게 장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건 먹고 살 수단을 빼앗는 것이지요.
노점이 없어야 깨끗한 거리라고?
서울시는 노점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깨끗하지 않은 먹을거리를 팔며, 보기에도 좋지 않다면서 없어져야 한다고 말해요. 하지만 잠깐의 불편보다 더 중요한 건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와 가족을 돌볼 수 있게끔 생계를 보장하는 일 아닌가요? 돈 많은 사람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우린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하니까요. 또 가만 생각해보면 노점을 꼭 없애지 않고도 지나다니는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깨끗한 먹을거리를 만들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래 전부터 노점을 해온 분들도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답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는 이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노점상도 서울 시민인데, 이 분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서울시가 도와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뻥튀기 아저씨, 나물 파는 할머니, 지글지글 호떡을 굽는 아주머니……. 이런 분들이 없어진 거리는 과연 어떨까요? 정말 서울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워질까요? 노점상이 없어져 공원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배고플 때 적은 돈으로도 다양한 먹을거리를 사먹을 수 없게 된다면, 거리를 지나다닐 때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사라진다면, 거리는 얼마나 밋밋하고 외로울까요? 돈 없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