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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사회운동포럼이 낳은 새로운 사회운동의 가능성

여성주의자들 모여라~ ^^

[기획] 사회운동포럼이 낳은 새로운 사회운동의 가능성 (2) 페미니즘

민주노동당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동료에게 사회운동포럼 참여를 제안 받고 바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동지에게 여성주의를 실천하면서 품게 되는 고민에 대해 늘 조언을 구하고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이 사람이 제안하는 일이라면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요즘 주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이런 것이다. 반성폭력문제를 제기하거나 구체적인 사건 처리 과정에 관여하면서, 개인적인 문제 해결 차원에 그칠 뿐 해당 조직의 성차별 구조와 문화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선출에 있어 여성에게 30% 이상 할당하기로 한 역사적인 결정이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여성활동가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반성폭력운동, 여성할당제 등이 다른 활동들, 다른 운동의 이슈들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그것을 구성원들이 공유하지 못함으로써, 활동가들이 여성주의를 몇 개의 단어나 활동으로 협소하게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각각의 운동조직과 사회운동 전체에 여성주의를 속속들이 결합시킬 것인가라는 고민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은 뜻을 같이 하는 여성주의자들을 만나서 함께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으로 이어졌다. 서두에 언급한 동료와도 늘 ‘우리의 조직이 없음’을 아쉬워해 왔던 터라, 사회운동포럼 여성운동전략기획단(아래 기획단) 활동이 그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걸게 되었다.

기획단에는 노동자의 힘 여성활동가모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사회진보연대 여성위원회,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준), 전진 여성사업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들이 모였고, 개인적으로 참가한 여성활동가도 있었다. 한 달 반 동안 몇 차례의 회의와 사전 토론을 거쳐 여성대회를 개최했고, ‘사회운동과 여성주의의 결합’이라는 공동의 지향을 확인하고 그 전략과제로 ‘노동권과 여성권을 결합하여 가족과 공동체를 변혁하자’는 내용을 사회운동총회의 선언문으로 제안했다.

9월 1일 저녁 성균관대 법대 모의법정에서 진행된 여성대회 [출처] 사회운동포럼 홈페이지(www.smf.or.kr)

▲ 9월 1일 저녁 성균관대 법대 모의법정에서 진행된 여성대회 [출처] 사회운동포럼 홈페이지(www.smf.or.kr)



노동권과 여성권의 결합에 대한 문제 제기

그런데 여성대회에 참여했던 분들의 문제 제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선언문의)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며 이에 대해 참여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었다. 둘째는 노동권과 여성권을 결합한다고 가부장제로 인한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여성 일반’의 문제에 대한 해명이 부족하다는 말로도 표현되었다. 셋째는 마이너리티 여성(성소수자, 이주여성, 장애여성 등) 차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직 기획단 평가 회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제 의견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모든 여성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해답을 주는 페미니즘은 없다.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유보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전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여성연합류의 여성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그 페미니즘이 스스로 사회운동과 분리하여 점차 체제 내로 들어갔고 이제는 여성노동자, 빈곤여성의 이해에 반하는 선택을 서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공통분모를 찾아 보다 많은 운동세력이 함께 하면 좋겠지만, 사회운동 내부라 해서 단일한 페미니즘으로 합의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기획단에서는 사회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이에 대해서는 참여했던 분들이 대부분 동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을 위한 전략과제로 여성권과 노동권의 결합을 제안한 것이다. 기획단은 이것이 현재의 사회운동에 필요한 페미니즘이라고 의견을 모았으며, 앞으로 실천을 통해 그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다.

‘모든 여성’에게 해답을 주는 페미니즘?

많은 사람들이 ‘여성 일반’의 문제로 ‘간주하고 있는 것 같은’-여성대회에서는 구체적으로 여성 일반의 문제가 무엇인지 말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쓴다-성폭력의 문제를 얘기해 볼까 한다. 자본주의가 유지해온 성별분업 이데올로기가 불평등한 남녀관계를 재생산하고 있고 이것이 여성폭력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하고 있는 제도를 없애고 평등한 노동권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여 남녀관계의 불평등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성폭력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현재의 노동운동은 보육 문제를 노동 문제와 분리하고 여성의 일로 간주하는 관념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보육정책에 있어서 야간보육, 24시간보육을 확대 실시하자는 주장을 진보진영에서도 큰 이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남녀 노동자 공히 법정노동시간의 준수라는 기본적인 노동권의 요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보육 문제를 해결하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이다. 내가 야간/연장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내 아이의 보육시간을 확대해 달라고 주장한다면 야간/연장노동을 하는 보육노동자가 늘어나야 하는 것이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 확대될 것이다.

마이너리티 문제 또한 노동권과 만나는 많은 지점들을 규명해내고 운동화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아직 언급되지 않은 부분을 이유로 선언문을 비판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

여성주의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꿈

개인적으로는 페미니즘 사전 워크숍 ‘노동자운동과 페미니즘의 결합을 위하여’에 참여하지 못하고 여성대회 준비 시점부터 함께 함에 따라 초반에는 논의를 따라가기가 벅찼다. 다들 활동으로 바쁘고 여성대회 외에도 사회운동포럼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맡고 있는 분들이 모이다보니 준비과정의 토론을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참여자들의 다양함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더라면 여성대회에서 선언문을 채택하기 위한 토론보다는 쟁점 토론을 진행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기획단과 여성대회를 통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났고 이 사람들과 조직을 만들어 여성주의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큰 꿈을 꾸고 있다.ㅋㅋ 이번 사회운동포럼에서 못한 ‘지역운동과 여성운동’ 워크숍도 할 것이고 내년의 100주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도 같이 준비할 계획이다. 참여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덧붙임

◎ 이봉화 님은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여성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