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용산 국민법정이 열린다. “국민”법정이다. 국민이 기소를 해서 진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직접 묻겠다는 거다. 권력이 있다는 이유로 교묘하게 심판을 피해갔던 사람들과 인권의 기준으로 싸워보겠다는 취지다. 특히 용산참사 사건의 진짜 배후인 재개발의 문제를 법정에서 다루게 된다. 재개발과 관련한 주거권의 문제는 그 동안 법원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영역이다. 하지만 국민의 기준으로, 인권의 기준으로 그 범죄성을 파헤쳐 보자는 게 이번 법정의 취지다. 용산 국민법정의 준비위원인 서강대 법학과 이호중 교수를 만나 용산 국민법정과 관련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용산국민법정에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나요.
전공을 형사법 쪽으로 하면서 국가 공권력의 남용에 대해서 관심가지고 지적하는 활동들은 해 왔거든요. 또 천주교인권위원회와 같이 일하면서 여러 가지 사건도 맡았고요. 사실 학교에 있는 학자들 입장에서는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시비를 가리는 것에 관여를 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학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사건의 이론적이고 법률적인 장점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해 논문을 쓰거나 발표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는데요.
그런데 용산사건의 경우는, 정말 너무 황당하고 기가 막힌 사건이었어요. 국가의 공권력이 필요하면 진압을 할 수도 있지만, 지켜야할 원칙과 적법상의 한계가 있는 건데 그런 건 완전히 무시하고 진압을 감행했고 그런 과정에서 6명이 희생당했잖아요. 이런 사건에 대해서 사실 경찰이 어떤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다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일 거고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학자로서 진압이 과연 적법했는가를 이론적으로 따질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만 따지고서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공권력의 남용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이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밝히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의 주장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더 나아가서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원적인 배경이 재개발 사업입니다. 재개발 사업이라고 하는 게 우리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서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지도 조금 드러낼 필요가 있겠다. 재개발 사업과 서민의 생존권 박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3의 용산사건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참사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배후에 있는 재개발 정책이 가진 인권침해의 측면을 드러냄으로써 이 사건의 실체를 인권법적인 시각에서 다시 조명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국민법정이 기존의 형사소송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본적으로는 형사소송의 틀을 따르려고 합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이 사건을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가 대립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할 거면 굳이 국민법정을 할 필요가 없잖아요. 현재 사법당국이 면죄부를 줬던 경찰, 검찰의 행위들, 재개발에 책임을 지고 있는 정치인들을 법정에 세워놓고 어떤 잘못이 있는지를 인권법의 시각으로 평가해보자고 할 때는 충분히 다른 반발의 논리가 나올 수 있거든요. 우리의 시각과 논리도 드러내지만 그 과정에서 반대 시각이나 논리도 나올 수 있게 하자. 그래서 치열하게 한번 싸워보자. 그렇게 해서 어떤 논리가 더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는지 심판을 받아보려고 하기 때문에 심판대에 세워져야 하는 사람들의 법치주의적인 권리, 형사소송절차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물론 완벽하게 똑같이 할 수는 없겠죠. 국민법정이라는 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진짜 법정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똑같이 못 하는 부분이 있어요. 우리가 피고인들에게 소환장을 보낼 건데 나와 주면 제일 좋지만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하는데. 그랬을 때 그 쪽을 대변해줄 수 있는 변호인을 세울 수밖에 없잖아요.
배심원 선정 절차도 실제 법정과 똑같이는 못 합니다. 물론 우리는 배심원 선정을 공정하게 할 겁니다. 대학에서 하는 모의재판처럼 시나리오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우리 시각을 드러내고 반대편은 반대의 시각을 드러내서 일반 시민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심판해보자는 치원이니까, 배심원들이 공정하게 선정돼야겠죠. 그건 충분히 지킬 거예요.
2003년도 노무현 정부 때 전범재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맥락에서 이번 용산국민법정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본적인 취지는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사법제도를 다 갖고 있잖아요. 사법제도 틀 안에서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사실 기존의 사법제도라고 하는 것이 지배 권력을 가진 사람들한테 굉장히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범죄자에게 사법제도가 면죄부를 주게 되죠. 그렇게 되면 그 차원을 넘어서 어떤 사건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실체를 왜곡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국민법정은 이에 대한 대항담론을 만들자는 거죠.
전쟁범죄라고 하는 건 사실 처벌이 안 됩니다. 전쟁범죄는 지지 않는 한 처벌이 안 되잖아요. 가장 반인권적이고 극악한 범죄라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전쟁인데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전쟁 범죄를 제대로 처벌하는 데는 없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헌법의 평화주의 정신에 입각해서 바라본다면 전쟁이 가진 범죄적인 성격은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범죄들보다도 더 극심한 것일 수 있거든요. 그런 것들의 실체를 사법제도에서는 다룰 수 없지만 국민의 시각에서 실체를 다시 조명해보자, 이게 왜 범죄로 규정돼야 하는지. 우리 사법제도는 전쟁에 파병을 하는 걸 범죄로 규정하고 있진 않지만 인권법의 시각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는 거죠. 이번 용산 국민법정도 대항으로써 국민법정이라는 걸 만들어서 사건을 우리의 시각으로 재조명해보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회권 영역인 재개발이나 주거권 문제는 현행 사법제도 틀 내에서 처벌하기 어렵다. 용산 국민법정에서 어떻게 풀어나가게 될 것인가.
사실 범죄라고 하긴 어렵죠. 특히 재개발 문제는요. 경찰의 공권력 집행이 위법했다는 건 현행법 체계 하에서 범죄라고 다루기엔 큰 문제가 없지만, 재개발의 문제는 사실 정해진 절차에 의해서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범죄로써 현행법에서 처벌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처벌되지 않지만 우리는 그것을 범죄라고 생각하고 들어갑니다. 관련해서 ‘강제퇴거죄’ 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현재 국제인권기준, 조약, 사회권규약을 보면 재개발의 과정에서 지켜야할 절차나 보상의 원리를 다 규정해놓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는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단 말이죠. 형식적으로는 적법성을 갖췄다할지라도 우리가 그 내용을 들여다봤을 때 그것이 결국은 헌법의 이념, 인권의 인념, 국제조약의 원칙을 위반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이것이 가진 실제적인 범죄적인 성격은 얘기안 할 수 없는 거죠. ‘강제퇴거죄’가 법에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임의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인권법이나 국제조약에 다 근거를 두고서 이것에 범죄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처럼 사법체계의 한계가 많은데도 다시 법이라는 걸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법정이라는 틀을 빌어 용산참사를 다루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인권활동가들의 고민은 “법정이라는 공간에서 법 논리에 갇히지 않으면서 인권의 논리로 침해내용을 구성하고 위반사항을 정리하는 것” 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현행법 틀 속에서 범죄가 되냐 안 되냐를 다루려는 건 분명히 아닙니다. 인권법적인 원칙들이 현행법 속에 반영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있을 거 아니겠어요? 예를 들어 경찰이 강제진압에서 어떤 안전수칙을 지켜야 하느냐 어떤 원리들이 적용되어야 하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인권법적인 기준들이 들어가 있단 말이죠. 물론 우리 법원은 그런 기준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진 않아요. 경찰 비례의 원칙도 있거든요. 경찰권이라는 것이 실제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면 사실 강제진압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법의 원리가 이미 다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그런 원리를 제대로 적용 안 해 왔던 거죠. 경찰권 행사에 대한 규제 원리로서의 인권법의 시각이 부분적으로는 반영돼 있지만 완전하게는 반영이 안 돼 있는 상황에서 경찰권 발동의 적법성에 대해서 우리가 인권법의 시각으로 판단해보겠다는 겁니다. 위법하면 처벌할 수 있는 것이고 처벌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고요. 현행법에 의해 처벌이 되냐 안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행위가 처벌할만한 반인권적인 행위냐 아니냐를 우리가 판단하자는 거죠. 부분적으로 현행법의 논리를 무시할 순 없지만 현행법을 뛰어넘는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것이 반인권적인 범죄행위라고 우리가 규정하고 나아가 법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주장할 수 있죠.
일반인들이 배심원으로 참가하는데, 법정이 쉽게 다가갈 수 있을 진 모르겠다. 감안한 계획이 있는가.
사실 그 부분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에요. 전문가 아닌 사람들 특히 일반 국민들이 기소인으로 참여하고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법정에서 너무 법적인 논리와 법적인 언어로 접근하면 전문가들의 논쟁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거든요. 그건 최대한 안 하려고 합니다. 법적인 용어가 안 나올 순 없겠지만 나오더라도 쉬운 언어로 설명도 하고 표현도 할 거고요.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법정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 시민 입장에서 생소한 공간이잖아요. 평생 살면서 법정에 한 번도 안 가보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고. 법정이 엄숙하고 약간의 두려움이 있을 수 있고.심판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내가 그래도 되냐, 과연 우리가’, 이런 고민도 있는 것 같아요.
법이라는 것이 너무나 시민들과 괴리되어왔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그게 우리나라 사법제도가 가진 굉장히 큰 문제점 중 하나고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되면서 조금씩 바뀌고는 있어요. 사실 국민참여재판에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어려워해요, 법에 대해서. 검사나 변호사들이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해도 법 논리가 어려워서 잘 이해 못 합니다. 그래도 배심재판이 의미를 가지고 배심재판에서 나오는 결정이 정당성을 가지는 이유가 뭐겠어요? 결국 이 사람이 범죄자다, 아니다 라고 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 때 정당성이 있거든요. 상식적으로 보자는 거예요, 우리는. 세세한 법 원리는 모르더라도 세세한 법 원리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은 사실 ‘상식’입니다. 상식적인 판단으로 봤을 때 저 사람에게 범죄의 책임을 지우는 게 맞느냐 라고 하는 게 대중들이 판단할 수 있는 거죠. ‘사법주권’이라는 건 그런 거죠. 국민들의 판단이 반영돼야죠. 그런 면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법정이라는 컨셉이 아직 우리에게 낯설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 누구나 이 사건을 어떤 시각을 바라보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국민들 다수를 설득할 수 있고 다수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때 법적인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우리 사회에 정착이 돼야 해요.
사실 기소인 모집 과정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뭐하자는 겁니까, 진짜 처벌하는 겁니까, 진짜 처벌할 거 아니면 왜 하냐”는 사람도 있고. 우리가 사건의 실체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 사건의 정말 범죄자가 누군지 다시 드러내주는 식의 작업, 담론투쟁의 작업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담론투쟁의 작업을 법정이라는 컨셉을 통해서 한다는 건, 기존의 법 담론과 직접 맞서서 하겠다는 것. 사법제도의 틀 속에 들어가서 담론투쟁을 할 때는 사법제도 자체가 인권법의 논리가 반영돼 있지 않으면 얘기를 못 해요. 사법제도 자체가 반인권적인데 그 안에서 어떻게 담론투쟁을 할 수가 있겠어요. 그러니까 사법제도의 틀을 가지고 보되 사법제도에서 나와서 보자는 거죠. 그래야 법적인 담론으로써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덧붙임
윤미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