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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강은 사람들 사이로 흐른다

[기획 : 강은 사람들 사이로 흐른다] “한번 와서 보라고밖에는 못하겠네요.”

영주댐 옆 금강마을에서 영상작업 중인 강세진 감독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 금광2리. 비단같은 강이 굽이굽이 흐른다고 해서 주민들이 금강마을이라고 부르는 이 마을은 4대강 사업의 일부인 영주댐 공사현장에서 1Km도 떨어져있지 않다. 이 말은 영주댐이 완공되면 마을이 완전히 수몰된다는 뜻이다. 지난 4월부터 이 금강마을에서 지내면서 마을주민들을 영상에 담고 있는 푸른영상 강세진 감독을 만났다.

“솔직히 이걸 담으려고 했던 것도, 처음에도 나서서 한 건 아니었어요. 천주교 수원교구 쪽에서 요청이 와서 3월달에 낙동강을 따라 취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 선배들이 이제 ‘강’에 대한 작업을 좀 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하는데, 제가 취재도 했으니까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해서, 처음엔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죠. 그런데 이제 시간이 갈수록 후원회 카페도 만들어지고, 전 준비한 것도 없는데 선배들이 기획서를 써서 여기저기 지원도 받게 되고... 저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부담이 되죠. 작품의 질도 생각해야 하고, 잘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설명] 금강마을에서 다큐멘터리 “江” 촬영 중인 강세진 감독<br />

▲ [설명] 금강마을에서 다큐멘터리 “江” 촬영 중인 강세진 감독



3월의 취재란 <강의 진실>이라는 짧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고보니 그 영상 속에서 "보상 받을 거, 많지도 않고 조그만 거 있는데, 이거 당신네들 다 가져가고 난 여기 살게만 해주면은 좋겠어요. 떠난다는 게...... 막막합니다."라며 눈물 짓던 농민이 기억난다. 아마 이분이 강세진 감독이 취재 하면서 만났던 분일 게다. 과묵하고 담담한 편인 강세진 감독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수몰될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내면서 촬영을 한다는 것이 정말로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이고, 그나마 그것도 벌써 7개월째다. 그동안 강세진 감독이 봤던 영주댐 공사는 어떠했을까.

“영주댐 건설지가, 가까운 곳에서는 500m 정도밖에 안돼요. 공사현장이 바로 옆이어서 조금만 올라가면 금방 보이죠. 여기 영주댐의 정확한 공정률은 모르겠는데, 댐 공사는 터널을 뚫어서 물길을 돌리고, 가물막이를 한 다음, 본공사를 해서 완공한다는데, 지금은 가물막이 하는 중인 것 같더라구요. 2012년까지 완공한다고 하고, 2014년에 만수가 된다고 하니, 그전에 이 마을은 물에 잠기게 될 거예요. 얼마 남지 않은 거죠.

그런데 이게 어떻게 보면 지금은 그냥 공사현장일 수 있는데, 지금부터도 마을주민 분들이 말씀하시는 게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논에 물대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를 하세요. 눈으로 보이는 건 똑같은데 준설하니까 지하수가 빠져나가서, 지하수공을 더 깊게 파거나, 파놓은 곳에다가 더 깊게 호스를 넣어서 더 깊게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죠.”


[설명] 물길을 돌리기 위한 터널 공사 현장. <br />
[출처] 강세진<br />

▲ [설명] 물길을 돌리기 위한 터널 공사 현장.
[출처] 강세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이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같은데, 이 댐은 도대체 왜 짓게 된 것일까. 이명박 정부 초기에 경부운하의 주운용수 확보용으로 2기의 댐을 건설하려던 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용수확보용 댐 3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말만 바뀐 것을 보면, 이건 대운하를 위한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영주에서 댐 시작한 것도 정치적인 이유가 제일 큰 거 같거든요. 원래 김대중 정권에서 송리원댐이라고 해서 댐 건설 계획이 있었대요. 그때는 국회의원, 시장, 옆에 있는 봉화군까지 다 반대해서 댐 건설이 철회가 됐었는데, 한나라당으로 정권이 바뀌고 나서는 그때 반대했던 사람들이 다 찬성으로 돌아섰으니까. 그래서 농민분들도 떠나야하는 것은 슬퍼하시면서도,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홍수방지, 유량조절 등을 위해서 댐을 건설해야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여기는 정서적으로 한나라당과 가깝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영주 시내 주민들도 댐 건설에 대해서 표면적으로는 크게 관심이 없어보여요. 거꾸로 철도도시로서 석탄 운송의 중심지였던 예전의 활기찼던 때를 생각하면서 개발에 대한 욕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천경배 신부님(대한성공회 영주교회)처럼 댐 건설에 반대하시는 분들은 ‘영주댐 반대 범시민연대’를 만들어 꾸준히 댐 건설의 문제점을 알리면서 반대활동을 하고 계시기도 해요.”


[설명] 구비구비 굽이치는 낙동강 내성천을 가로막는 영주댐 건설현장<br />

▲ [설명] 구비구비 굽이치는 낙동강 내성천을 가로막는 영주댐 건설현장



지금 이곳 영주의 국회의원은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 전두환, 노태우 등이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죄로 기소되었을 때,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불기소 처분을 내린 당시 서울지방검찰청 공안1부 부장 검사였던 장윤석 의원이다. 그는 400년 된 인동 장씨 집성촌인 이 금강마을 출신이란다. 마을 출신 국회의원이 속해있는 여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 때문에 마을이 수몰되어야 하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여쭤보면 이것저것 말씀 잘 해주시죠. 곧 마을을 떠나야 하니까, 떠나기 전에 그전의 모습을 담아두는 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개발문제에 대해서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셔요. 돈 문제라고 생각하시니까,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거죠. 마을 어르신들도 노골적인 얘기를 하는 자리에는 저를 잘 안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분들이 농사짓던 땅을 보상을 받아서 어디로 간다고 해도, 주변 땅값이 이미 올라있으니까 더 깊은 시골로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새로 집 지으려면 돈도 많이 들고. 그러니까 보상을 받더라도 다시 농사짓기가 쉽지 않으실 거예요. 영주 시내로 들어가시든가, 자식들 집에서 모시든가 해야할 텐데...... 그러면, 이 마을에서 태어나서 60년 이상을 이곳에서 살아오신 분들이 대부분인데, 마을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체면도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다른 곳에서 적응하시기는 어려우실 거예요. 마을분들이 함께 집단이주하려고 준비는 하고 있지만 함께 살 수 있는 땅을 찾기가 쉽지가 않으니......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는 이 작업이 끝나더라도, 저는 가능하면 마을이 수몰되고 난 다음에 이 분들이 어디로 흩어져서 어떻게 지내시는지까지를, 댐 건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걸 좀 길게 찍어볼 생각이 있는 거죠.”


[설명] 국내 유일 모래 하천 내성천 <br />
[출처] 녹색연합 홈페이지 http://www.greenkorea.org<br />

▲ [설명] 국내 유일 모래 하천 내성천
[출처] 녹색연합 홈페이지 http://www.greenkorea.org



그렇다. 이전에 없던 댐이 생겨서 몇몇 마을이 물에 잠기는 것 뿐이라고, 그렇게 쉽게 말할 수는 없다. 댐이 생기면서 보존되어야 할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자연과 사람들이 입은 상처는 오랫동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과정을 영상에 담으면서 느꼈던 어려움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저한테 솔직히 직접적으로 피해는 없죠. 저한테 피해는 없는데, 와서 보니까 4대강 사업 때문에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 농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업이니까 그렇죠. 근데 그렇게 하려고 수자원공사나 지자체 이런 데서는 속이고 하니까. 얘기를 안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지금 작품이 완성됐을 때 생각하는 건,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어쨌든 국가폭력 중에 하나잖아요. 국가가 피해를 주는 건데, 그러려면 제대로 대책을 세워라, 국책사업, 국가폭력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한번 봐라, 하는 것 때문에 찍는 것 같아요. 지금은. 솔직히 도시에서도 재개발한다고 나가라고 하면 누구나 싫잖아요. 그런데 이분들은 집이랑 일터랑 같이 없어지는 건데, 거기에서 태어나서 살아온 건데,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 4대강 사업을 멈추거나 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구체적인 것들을 기록해서 다시 그런 일이 있을 때 반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와서 보니까 이렇게 구체적인 생각들이 들더라구요.”

“댐 반대운동하시는 천경배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항상 그거예요. 신부님은 어렸을 때 백사장에서 수영하고 놀고 그런 기억을 갖고 계신 거예요. 그런데 저만 해도 기억에 있는 것은 전두환 때 개발해놓은 지금의 한강 모습밖에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강이 구불구불 흐르고 백사장이 있는 원래 강의 모습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거, 그게 제일 큰 문제죠.

저도 여기에 내려오지 않았었다면 아마 정치적으로만 반대를 했을 거예요. 4대강 사업 자체가 워낙 정치적으로 시작을 했으니까. 그러다보니 사람들도 반대를 하든, 찬성을 하든, 막연하게, 정치적으로 하는 거밖에 없는 거죠. TV에 나오니까.

그래서, 글쎄, 뭐 그냥... 그냥 뭐 와서 한번 보라고밖에 못하겠네요. 보고 나서도 찬성하실 분은 찬성하시고 반대하실 분 반대하시겠지만, 와서 보면 아시겠지요.”


4대강 사업. 정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한다. 정말 이명박 정부는 4대강을 ‘살리기’ 위해 이 사업을 하는 걸까. 4대강을 살리기는커녕, 강도 사람도 죽이고 있는 사업이 아닐까. 강세진 감독의 마지막 말처럼, 정말 한번은 강에 다녀와야 할 것 같다.


□ 미니다큐 ‘강의 진실’

4대강 저지를 위한 홍보영상 '강의 진실'을 푸른영상에서 제작했습니다.
모쪼록 많이 보시고 널리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전체영상은 아래 사이트에 가시면 보실 수 있으며 무료 다운로드도 가능합니다.
http://www.vimeo.com/11738067
http://www.vimeo.com/12198089(영문자막, eng sub)

보다 고화질 큰 영상으로 보실 분이나 상영용으로 필요하신 분들은 웹하드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www.webhard.co.kr / id: docupurn / 내려받기 전용 비밀번호:121212

□ 다큐멘터리 “江” 인터넷 후원카페 : http://cafe.daum.net/docupurn

덧붙임

아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돋움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