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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녹보라, 우리 지금 만나]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만난 환경운동가와 건설 노동자

세 번째 이야기: 생태환경운동의 속내이야기

5월의 ‘가나다 토론회’는 여성, 노동운동의 속내이야기에 이어 “생태환경운동의 속내이야기”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앞선 두 번의 토론회 방식대로 이 달의 주제와 관련된 활동이나 연구를 해온 분들을 모시고 그간의 활동에 대한 고민과 속내를 듣고자 했던 원래의 기획이 4월 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액티비즘 시네마’ 상영회를 통해 <강, 원래> 프로젝트 영상들을 접하면서 확 바뀌게 되었다. <강, 원래> 프로젝트 작품들 중의 하나인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4대강 공사 현장의 이야기를 매개로 생태환경 운동가들과 건설 노동자들의 고민과 속내를 함께 나누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 다들 동의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5월의 ‘가나다 토론회’에서는 녹색연합에서 활동했던 이선화 님과 건설노조의 강찬구 조직부장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먼저 말문을 연 이선화 님은 <강, 원래> 프로젝트의 ‘죽지 않았다’라는 작품에 등장한다. 당시 다른 환경운동 단체의 활동가 10여 명과 함께 여주 4대강 공사 현장에서 3개월 동안 먹고 자면서 생활했다는 이선화 님은 함께 이야기 손님으로 참석한 강찬구 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건설노동자 분을 옆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라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사 현장에서 실태 조사를 하고 농성을 하면서 현장의 건설 노동자들과 수도 없이 싸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현장에 있던 활동가들은 대부분 20, 30대이거나 나이가 많아도 40대 초반인데 반해 건설 노동자 분들은 연세가 많으셔서 함부로 말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사실 주로 싸우게 되는 대상은 건설 노동자들보다는 현대건설과 같은 기업에서 나온 현장 관리자들이었는데 그들은 현장에서 정말 악랄하게 굴고 있었기 때문에 심하게 싸웠고 싸움을 하다 보면 건설 노동자들과도 자주 부딪히게 되었다고 한다. “현장을 먹고 자면서 보게 되면 정서가 달라진다.” 이선화 님은 그곳에서 직접 생활하며 멸종위기종인 단양 쑥부쟁이가 훼손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매일 멸종 위기종들을 찾다보면 그 생물들과도 어느새 정이 들어서 그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한편, 강찬구 님은 4대강 공사를 비롯해 용산 재개발 지역 철거 때나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철거 작업 등의 현장에서 용역 요청이 오면 생계를 위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건설 노동자들의 고민을 전해 주셨다. 건설 현장에서 덤프, 포크레인, 철근 작업, 목수일 등을 하는 건설 노동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요청이 온 일을 하지 않으면 가족을 부양할 수가 없기 때문에 건설노조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한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4대강 공사는 전체 작업의 60%가 ‘강바닥의 흙을 파서 옮기고 다시 쌓는’ 일이다. 굴삭기, 덤프, 불도저 같은 중장비들이 현장에 들어가는데 건설노조 조합원이 많다고. 그래서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이명박 정부의 개발 사업들에 반대할 수 있는 힘도 없고 능력도 안 된다면 ‘적어도 얘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에 경실련과 함께 조사를 하고 4대강 공사 현장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다섯 차례 정도 가졌다고 한다. 실제로 조사를 통해 드러난 현실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것들이었다. 4대강 사업으로 34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던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실제 공사 설계서를 분석해 보니 일하는 사람은 하루에 3만 명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것도 공사 계약서상의 이야기이고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 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부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4대강 공사 일자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른 공공 건설 현장의 일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일자리가 늘지 않은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모두 파괴되는 현장, 그러나 언론을 통해 걸러지는 것들

강찬구 님이 전한 특히 심각한 문제는 작업 환경이 심각하게 열악하다는 것이다. 벌써 12명의 노동자가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주야로 작업을 하면서 짐도 많이 실어야 하는데 적정 하중을 넘기고 속도위반을 해야 하는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발주처-원청-하청-공사 지역의 업자’들로 이어지는 계약 단계에서 공사 계약서상에 제시되어 있는 건설 노동자 사용비 120만 원 중 80만 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실제 노동자들에게는 40만 원 정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나마 법적으로 건설 기계 노동자에게 15일 후에 지급하게 되어 있는 돈은 일을 마친 후 3개월이 지나서야 3개월짜리 어음으로 지급된다. 건설 시공사들은 4개월 전에 선급금으로 돈을 받아서 이자놀음을 하면서 노동자들에게는 3개월 후에야 어음으로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과적에 과속까지 해야 하다 보니 차는 다 망가지고, 한 달에 3백만 원씩 들어가는 차 할부금을 감당하다 보면 일을 해도 생계는 녹록치가 않은 것이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철거 작업 때는 건설노조에서 반대 성명을 냈다가 조합원들에게 맞아 죽을 뻔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나마 노조의 투쟁으로 이루어낸 하루 8시간 노동마저도 4대강 공사 현장에서 다 깨졌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현실들을 폭로하고자 해도 언론을 통한 이슈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강찬구 님은 다섯 차례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여러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수차례 취재를 해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이선화 님은 똑같은 4대강 이슈임에도 ‘환경’, ‘생태’ 문제는 언론에 매우 잘 나온다고 하면서 건설이나 경제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결국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환경’이나 ‘생태’는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언론에 잘 나올 수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선화 님은 그래서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매체를 활용하거나 민주언론을 활성화하는 것, 지역 운동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결국은 그 일이 진행되는 현장의 주민들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한 연대의 고리들을 찾기 위해서

강찬구 님은 이번 가을에 4대강을 완성하겠다고 하는데 완성까지 들어가는 돈이 20조, 추가로 지류공사에 20조라며 이런 상태로는 국가에 돈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들 복지로 갈 돈이 다 건설자본들에게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농민, 노동자들을 비롯해 세금을 토건재벌들에게 빼앗긴 국민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 등 4대강 사업으로 다양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같이 싸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한민국 재벌들이 다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건설회사를 하나씩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토건사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 새만금이나 행정도시 등 노무현 정부 때 전체 공사의 양은 더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투쟁과 연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건설 노동자들에게 왜 그 현장을 거부하지 못하냐고 하면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혀 있는 사람들은 화를 내게 될 것”이라며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한편, 이선화 님은 “환경운동 입장에서 보면 모든 인간은 언제나 가해자”라고 하면서도, 결국 자연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스스로를 회복시키겠지만 삶의 현장을 잃어버리는 사람들, 이런 파괴들로 인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될 지 걱정이 된다고 우려하면서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날 자리에 참석했던 ‘평화바람’ 활동가 오두희 님은 우리가 언제나 긴급한 사안에 긴급한 요구를 가지고 하다 보니까 너무 사안에 묶이는 것 같다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강 순례를 함께 다니면서 11월이나 12월쯤에는 다같이 한 번 모여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종종 ‘생태’ 시스템에 인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개발의 현장은 ‘개발하는 인간’과 ‘파괴되는 자연’의 대립으로 단순화되고는 한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개발을 통해 파괴되는 것들은 맹꽁이나 도롱뇽, 쑥부쟁이뿐만 아니라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그곳을 삶터로 살아가던 농민들과 주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함께 피폐해지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 그것이 모두 포함된 ‘생태’이다. 그렇다면 좀 더 다른 방식의 민중과 자연의 연대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날 우리는 밤 11시까지 이어진 뒷풀이 자리에서 그 고민들을 한껏 풀어놓고 헤어졌다. 이 고민들을 함께 해결해 가기 위해 꾸준히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 6월 11일 네 번째 ‘가나다 토론회’에서는 ‘여성운동과 노동운동 활동가가 만났을 때 1탄’을 진행합니다.

덧붙임

나영 님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