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에 표시된 사유는 수용자 처우 또는 시설 운영에 대해 명백한 거짓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하다는 것, 그리고 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였다. 그 이상의 구체적인 설명, 그러니까 내 편지가 무슨 거짓 사실을 담고 있을 거라고 왜 의심하는 건지, 소장은 왜 내 편지를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런 내용을 공식 통보라는데도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면담에서 들은 것은 내가 편지를 통해서 트위터에 교도소 생활에 관한 얘기를 올리고, 국가인권위에 관해 인터넷 언론에 투고한 글에서 여주교도소 얘기를 쓴 게 문제가 됐다는 것이었다. 트위터에 올린 것 중 직접 언급이 된 건 두 개였다. 하나는 보안과장이 바뀌고 나서 주말에 빨래터에서 빨래하지 못하도록 바뀐 것에 대해 쓴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태풍이 지나가던 날, 공장에서 일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오니 벽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어 바닥에 물이 고여 있던 것을 두고 "9월 17일 태풍 산바로 또 벽에 비가 샜다.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벽이 젖으면 안으로 스며드는 거다. 바람 안 불 땐 안 샘… 방수 처리를 어찌했기에; 옆방은 더 심해서 벽이 엉망…"이라고 쓴 것이었다. 고충처리반 직원은 그 트윗을 갖고 "사실이 아니잖아"라고 했다가, 내가 다 사실이라고 딱 잘라 말하자 별 대꾸를 하지 못했다. 내가 있는 방뿐 아니라 여러 방이 비바람이 거셀 때면 벽에 비가 샌다는 것은 이미 여러 직원들도 아는 일이었고, 수용자들이 고쳐달라고 얘기해도 안 고쳐지고 있던 일이었다. 내가 '명백한 거짓 사실'을 쓴 적도 없건만 서신검열에, 접견입회는 대체 왜 하는 걸까?
직원들과 면담을 해봐도 명쾌한 답을 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밖에 도움을 청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여주교도소로 서신검열과 접견입회 건에 대해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여주교도소가 9월 26일에 답변한 것을 10월 4일에야 전달받을 수 있었다. (감옥에선 이런 시간 지연이 불편하다.) 달랑 한 쪽의 내용이었는데, 읽어보니 가관이었다. "유윤종(내 주민등록상 이름이다.)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교도소 내부의 사안을 개인 서신 등을 이용하여 과장 또는 왜곡된 표현으로 SNS(트위터)를 통해 유포한 사실이 인정되어" 서신검열 대상자로 지정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니까, 여주교도소가, 공문서로,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공식적인 매도를 한 것이었다. 이야말로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표현'을 유포하는 짓이라 할 만했다. 그뿐만 아니다. 보낸 질의서에서는 서신검열 및 접견입회에 관해 구체적인 사유와 그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근거 등을 물었는데, 답변서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에 해당하는지 답을 하지 않거나 판단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성의 없고 무책임한 답변이었다.
서신 무봉함에 대한 부적응?
올해 2월, 헌법재판소는 교도소 수용자들이 보낼 서신을 낼 때 봉함하지 못하게 한 형 집행법 시행령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사실 이미 형 집행법 등에서는 서신검열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었으나, 안에 위험물품 등이 들었는지 '보안 검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편지를 봉해서 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교도소에선 원할 때면 얼마든지 내용을 볼 수 있는 실정이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비로소 교도소 직원들은 수용자들의 서신 내용을 마음대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내 생각에는 여주교도소가 그런 변화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여주교도소 직원들은 교도소 안의 일들이 내 편지 등을 통해 밖에 알려지고 SNS에서 유통되는 등의 일이 일어나는데, 자기들이 그걸 전혀 통제할 수 없고 내가 써 보내는 내용을 미리 볼 수도 없다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닐까? 내가 '과장 또는 왜곡된' 거짓 사실을 쓴 적이 없음을 그들 스스로 잘 알 테고, 의심할 합당한 근거도 없는데 무리해서 검열하겠다고 들이대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냥 교도소 안의 얘기들이 자기들 눈 밖에서, 밖으로 알려지는 것 자체가 싫은 것 같다는.
여주교도소의 부적응을 보여주는 사건이 또 있었다. 수용자가 법무부에 보낸 서신을 직원이 무단으로 뜯어봤다가 들통 난 사건이었다. 나와 같이 생활하는 수용자 한 명이 지난 9월 24일, 검정고시반 운영과 관련한 청원 성격의 글을 법무부에 보냈다. 그런데 그 편지를 부친 바로 당일, 고시반 담당 직원이 찾아왔는데 법무부에 보낸 내용을 다 알고 있더란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캐묻자, 그 직원은 서신 수∙발신을 맡은 사회복귀과 직원이 편지를 뜯어보고 말해준 것이라 했다. 물론 검열에 관한 통보도 없이 무단으로 한 것이었고, 진정∙청원 등은 내용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자 사회복귀과 직원들은 사과했고, 교도소 내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직원이 '실수로' 편지 내용을 봤다고 말을 해서 사과라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직원들이 서신을 걷어가서 우체국에 가져가기 전에 편지를 개봉해 내용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수용자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그러므로 과거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경우가 얼마나 또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서신 봉함과 무검열 원칙이 자리 잡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에 공안수들의 서신을 사회적 물의를 이유로 검열했던 사건 등 무원칙한 서신검열도 사라져야 할 테고.
국가기관의 불법 앞에서
제대로 엄격하게 따진다면, 나에 대한 서신검열은 법률적 근거가 빈약하다. 여주교도소가 든 형 집행법 43조는 검열의 사유를 이렇게 열거하고 있다. "서신의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는 때", "「형사소송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를 서신검열의 결정이 있는 때", "제1항 2호 또는 제3호(각각 "수용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내용이나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용자 간의 서신인 때". 여주교도소가 답변한 "확인되지 않은 교도소 내부의 사안을… 과장 또는 왜곡된 표현으로 SNS(트위터)를 통해 유포"했단 건 사실도 아니지만, 설령 사실성이 있다 해도 이런 사유들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다. 비가 샌다는 이야기가 과장 또는 왜곡이건 아니건, 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해칠 리 없잖은가? 접견입회 역시 마찬가지다.
여주교도소가 자행한 불법에 대해 형사고발이라도 할까 뭐 그런 생각이 안 든 것은 아니다. 특히 여주교도소의 답변서를 보니 피가 솟구쳐서, 어디 한 번 내가 뭘 왜곡하고 과장했다는 건지 법정에서 증명해보라고 고발장부터 쓸 뻔했다. 하지만 나는 사법적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게 그리 바람직한 건 아니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사법부에 대한 약간의 불신, 그리고 사법체계에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무력감의 경험 등 여러 이유 때문이다. 국가기구의 위법∙탈법이라는, 슬프게도 '익숙한' 모습을 좌시할 순 없지만, 나는 그래도 그걸 법정에서가 아니라 더 민주적인 방식, 아래로부터의 정치 등으로 해결하길 꿈꾼다. 내가 아직 고발하지 않은 이유는, 오직 그것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뭐 별로 문제제기하려는 목적의식도 없이 그냥 안에서 겪은 일들, 내가 느낀 것, 생각한 것 등을 쓴 트윗 가지고 이 난리를 피우니 황당하기도 하다. 교도소가 얼마나 그 안의 일이 밖에 알려지고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지도 알 수 있다. 교도소가 법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힘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 법을 어겼다고 여기 갇혀있는 수용자들 입장에선 냉소만 늘어나는 것 같다. 여주교도소가 민주주의 사회의 국가기관에 적합한 곳이 되려면 아무래도 좀 더 분발하셔야 될 듯하다. 우선은 자기들이 수용자들의 서신을 마음대로 볼 수 없다는 것에, 그리고 교도소 안의 일들이 밖에, SNS 등에 알려지고 얘기될 수 있다는 것에 익숙해지는 게 급선무다. 감옥 안에서 트윗질하기, 참 힘들다. 에휴.
덧붙임
공현 님은 청소년인권활동가이고, 병역거부로 현재 여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입니다. (지지와 응원 편지를 보내실 분은_ 경기도 여주군 여주우체국 사서함 30호 407번 유윤종 / cafe.daum.net/gong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