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현숙이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편지를 쓰게 되어 쑥스럽네요. 이번 편지에는 최근에 다녀온 반월시화공단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지난 1월에 처음 월담 선전전에 가보게 됐습니다. 그전에 월담 문화제는 함께 했었지만 선전전 활동은 함께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가보는 선전전에 나름 들뜬 마음으로 안산으로 향했습니다.
안산에 도착해서 점심 선전전을 할 장소를 나누는데, 선전전 장소들에 xx식당 이렇게 이름들이 나오더라구요. 선전물을 식당 앞에서? 뭐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단에 계신 분들이 점심시간에 가는 식당들 중 사람들이 많은 몇 군데 앞에서 선전물을 나눠준다는 얘기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 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식당 앞에서 선전물을 나눠주는 모습은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는 않아서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식당 근처로 향했습니다.
몸자보를 입고 계단 앞에 서서 식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을 마주하니 쭈뼛쭈뼛, 새삼 공단에 계신 노동자분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는 활동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점심 선전전을 하기 전까지 (어린 시절 대구에 있는 공단을 가보기는 했었지만) ‘공단’이라고 불리는 곳이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식당 앞에서 선전물을 나눠준다는 것도 더욱이 상상이 되지 않았고요.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공장들에 사람들이 빽빽이 있을까?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작업복을 입고 걸어다닐까? 이런 상상만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상상 속에만 그려봤던 공단이라는 곳에 들어와 선전물을 나눠주려 서있으니 막상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나의 일상과 그리 다르지 않은 ‘점심시간’ 이었습니다. 어쩌면 정말 단순하게 누구에게나 있는 점심시간일 텐데, 나는 ‘공단’이라는 곳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담 활동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공단 노동자’라는 단어에 대해 선입견이나 나만의 상상 속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닐지 반성도 하게 되었고요. 지금까지 안산 활동에 자주 못 가게 된 것은 반월시화공단이 너무 멀어서라고 생각했는데 물리적인 거리감보다 정신적인 거리감이 훨씬 더 컸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공단’이라는 단어가 나의 일상과는 참 멀리 있던 단어구나 싶더라고요.
선전물을 나눠주는 시간동안 벌어진 일들도 많았습니다. 안 받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하시는 분, 월담이다!하고 알아봐주시는 분, 식사하셨냐고 물어봐주시는 분 등 쭈뼛쭈뼛하게 있던 점심시간 초반이 지나가니 많은 분들이 오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선전물을 나눠주기 전에 안 받으시더라도 상처받지 말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받고 읽어보셔서 힘들지 않게 나눠드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단호하게 거절 하실 때 상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ㅠㅠ) 그리고 월담이 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꽤 계셨습니다. 월담 활동에 대해 설명을 드렸더니 “고맙습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대답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힘이 나기도 했고요.
이렇게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의 점심 선전전을 끝내고 나니 엄청나게 배가 고팠지만 잘 왔구나 싶었습니다. ‘월담’이라는 활동이 점심시간 식당 앞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많은 점심시간을 함께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안산에서 자주 점심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월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