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월담에서는 인권침해실태조사를 했다. 상반기에는 민주노총 실태조사에 인권침해에 관한 항목을 넣어 설문조사를 하고 하반기에는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심층으로 작업장 상황을 묻는 면접조사를 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8개 공단 중 인권침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왔던 터라 심각할 거라 예상했지만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당시 실태조사에서 전국 공단의 근로기준법 위반율이 90.0%에 이르고 노동자의 37.3%가 근속년수 1년 미만이며, 40.6%가 인권침해를 경험한 데다 14.2%는 거의 매일 인권침해를 경험하고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인권침해를 가장 심하게 겪는 집단이 여성이고 파견노동자였다. 공교롭게도 심층면접조사를 한 사람들 중 여성노동자 대부분은 파견노동자였다. 날품팔이 인생이라고 비유되는 파견노동자들의 삶은 자주 작업장이 바뀌었고, 작업장에서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대우는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뜨네기도 안 되는 사물 취급이었다. 식당에서 파견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는 같이 밥을 먹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물함도, 휴게공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어차피 잘해주지 않아도 언제든 공급받을 수 있는 ‘물건’으로 보는 사업주에게 파견노동자들을 위한 물리적 환경이나 노동조건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지역사회에서 대안을 마련하는 토론회 열어
지난 3월 15일 인권침해실태조사 보고서를 지역에 알리는 '반월시화공단 노동자 인권침해 실태조사 보고 및 토론회'가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공단 내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안산시,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민주노총 안산지부, 이주노조와 함께 토론회를 열었다.
인권침해실태조사단은 공단노동자들이 겪는 인권침해 내용을 감시․통제, 폭언․폭행 등 모욕적 폭력, 노동법 상의 기본적 권리 통제, 부족한 휴게 시간과 공간, 불합리한 작업 지시, 차별, 괴롭힘과 성적 괴롭힘 등의 양상을 보고했다. 그러한 인권침해의 근본적인 구조적 원인은 독점대기업인 재벌을 중심으로 다단계 하청구조로 이루어진 산업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것이 낳은 고용형태의 위계를 만들고, 무리한 생산량 설정과 달성을 위한 작업지시, 생활공간과 분리된 공단, 노조가 거의 없는 반월시화 공단의 현실, 대규모 파견시장과 구조조정을 구조적 원인으로 뽑았다. 인권침해는 인성이 부족한 몇몇 개인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인권침해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고용노동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6가지의 요구안을 정부와 산업단지공단에 제안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당시에 참석했던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신고정신”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가? 정말 기가 막혔다. 보고서에서 줄곧 말한 것은 노동자들이 당장 해고될까봐 두렵고, 불법 파견시장이 고용될 수 있는 길이기에 부당한 대우나 인권침해를 당해도 말하기 어렵다는 점, 인권침해에 항의했으나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신고정신’ 이라고 답하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노동부에 신고했다가 해고위기에 처한 사람, 상사에게 항의했다가 따돌림을 당한 경험들이 있다는 답변을 보고도 신고하라는 것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공단노동자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서 스스로 만나고 연결되는 게 중요하다. 그러한 일을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공단선전전도, 교육도, 노동부와 안산시를 만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갈 것이다.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요구안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 대한 요구 1.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 작성 - 시민사회 참여 원칙 - 인권 교육 의무나 인권침해를 예방과 구제에 필요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법률적 지원 등의 내용 포함 -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인권침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기업의 의무와 노력 명시
2. 인권침해를 예방하는 정기적인 근로감독과 특별근로감독 시행 - 인권침해 관리감독을 위한 노력 (신고업체에 대한 조사) - 명예근로감독관 제도 도입
3. 인권침해 예방과 관리 감독을 위한 특별기구 설치 - 인권관련 전문가 등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권침해 방지 특별기구
○안산시에 대한 요구 4. 노동인권조례 실효성을 높이는 노동정책 수립과 이행 -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노동인권정책 단계별 수립 - 업체별 노동인권교육 정기화와 노동인권상담사의 상담 - 공공 부문에서 우선적 노동상담과 교육 실시 - 인권보호협약 선언 등 입주업체 독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본부에 대한 요구 5. 공단 입주 업체에 인권교육 의무와 위반 시 불이익 조치 - 입주단계부터 기업의 노동자 인권 보호의무 명시 - 입주 업체 지원이나 승인 변경의 경우 인권침해가 있을 경우 불이익 조치
6. 공단 노동자들을 위한 시설 확충 -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도로 정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