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머리는 “골고루 가난한 사회”를 꿈꾸고 있지만, 몸은 세속적 욕망에서 헤매고 있는 김지호입니다. 마흔을 갓 넘긴 나이입니다. 10년 전부터 나이 마흔에는 “돈 벌기 위해서 일하지는 말아야지” 했던 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최근 관심사는 밀양, 시골에서 살기, 기업의 사회공헌(?)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취미는 야구, 바둑, 여행 등입니다. 카카오톡으로 유명해진, 카카오라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을 하신다고요?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공대를 졸업했지만, 원래 개발에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사실 군대가 가기 싫어서 병역특례 업체를 알아보게 되면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만해도 지금까지 개발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ㅎㅎ
◇ 일을 하면서 뿌듯하거나 힘들 때는 어떤 때인가요?
월급쟁이로 일을 하면서 뿌듯해진다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좋은 점은, 세상 많은 일들이 원하는 데로 잘 되지 않는데 반해, 컴퓨터는 제가 정리만 잘해서 구현해주면 원하는 결과를 바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재미에 프로그래밍이라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힘든 점은 개발 자체 보다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 하는 일이 게임 쪽 분야인데, “게임이 세상을 행복하게 할까? 아니면 세상을 더 나쁘게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때, 많이 힘든 것 같습니다.
◇ 프로그램 개발 일이 휴식이나 여가를 갖기가 어렵다고 들었는데 어떠신지요? 휴식이나 여가는 어떻게 즐기고 있나요?
기본적으로 야근이 잦은 직업입니다. 그래서 주말 이외에 뭔가를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다니고 있는 회사가 근태에 대해서 자유로운 편이라 자기가 일정을 잘 조절하면, 평일에도 어느 정도 시간을 낼 수 있고, 주말은 웬만큼 보장이 됩니다. 예전에는 정당 활동을 조금 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하지 않고 있고, 대신 옛 지인들과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 4년 정도 되었는데, 이게 처음에는 몸을 움직여서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취미였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것도 또 다른 부담이 되네요.ㅎㅎ
◇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잘 알고 지내던 동기, 선후배들이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사랑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후원을 한다는 생각을 못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 후에 우연찮게 사랑방에서 일하는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그게 계기가 되어 후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때보다 수입이 많이 늘었는데도, 게을러서 그 때 금액만큼만 계속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번 계기로 후원금을 좀 늘려야겠습니다.^^
◇ 사랑방과의 인연은 김지호 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사랑방이 주는 의미라고 하면, 가끔씩 메일로 오는 소식지를 보면서, “그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구나.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아픔을 함께 하려고 하고,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를 부끄럽게 하는 거……. 좋게 보면, 그나마 세상과 덜 타협하고 살게 만들어 주는 계기라고 해야 하나요.
◇ 밀양이 고향이라고 들었어요. 요즘 밀양 송전탑 문제로 밀양의 주민들이 많은 괴로움을 겪고 있는데, 김지호 님은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예전에 평택에서 미군기지 문제로 싸울 때, 꼭 가서 연대해야지 하면서도 못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태춘 선생님이 열심히 싸우고 계셔서 더 관심이 갔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차일피일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더니, 싸움이 끝나버렸습니다. 한동안 미안하고,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일이 내 고향 밀양에서 일어났습니다. 사실 이것도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기 전에는 잘 몰랐던 일이었지만. 그리고 친한 친구가 그 싸움에 깊숙이 들어가 있고. 그래서 이번에는 “미안해하지 말아야지. 후회하지 말아야지” 했습니다. 주위에 이야기도 많이 하고, 부모님도 설득하고, 부모님을 통해 밀양의 주변 분들에게도 잘 이야기 해달라고도 하고. 몸이 얽매어 있으니, 후원이라도 잘해야지 하고, 후원도 열심히 하고. 그래도 여전히 밀양에서 싸우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생각하면, 늘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제 고향일이라고 설명하면, 주위 사람들(주로 회사 동료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좀 더 쉽게 동의해 주고, 좀 더 관심을 가져주고…ㅎㅎ
◇ 평소에, 또는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인권 사안이 있나요? 사랑방이 하고 있는 활동 중에 관심이 가는 분야가 있으신지요?
부끄럽지만, 최근 몇 년간은 뉴스도 잘 보지 않을 정도로 세상일에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방에서 보내주는 소식지도 건성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굳이 요즘 관심을 이야기 한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밀양 송전탑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국가권력의 폭력에 관한 부분입니다. 과거에는 청소년 인권(특히 교육관련)에 관심이 조금 있었습니다.
◇ 인권운동사랑방이 최근에 새로운 홈페이지(www.sarangbang.or.kr)를 만들었습니다. 프로그램 개발자로서 몇 마디 평가를 한다면? ^^;;;
사실 자주 들어가는 페이지가 아니라서 뭐라고 말하기가 좀 뭣합니다. 홈페이지가 좋다 나쁘다는 단순히 이쁘다 안 이쁘다가 아니라,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알리거나,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어서. 그래도 질문을 하셨으니 말씀드리자면…… 일단 새 홈페이지가 이전 홈페이지보다 첫 눈에 보기에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전 홈페이지가 내용은 좀 더 풍부해 보입니다. 지금의 페이지가 보다 큰 이미지를 사용해서 좀 더 시원해 보이지만, 이미지가 주는 효과보다는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 보입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보통 이런 사이트들이 검색이 잘 안되는데, 검색은 잘 되는 것처럼 보이네요. ^^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후원인 인터뷰를 했나 하고 살짝 찾아봤습니다.^^
◇ 벌써 12월이 되었네요. 사랑방 활동가들, 그리고 후원인들에게 2013년을 마무리하고 2014년을 맞으며 건네고 싶은 인사가 있다면 나눠 주세요~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그 맨 앞에서 노력하는 활동가분, 늘 감사합니다.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길 바라고,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저도 미약하지만, 사회 곳곳의 차별의 현장에서 자주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