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 번째 죽음, 두 번의 기회를 놓친 정부가 해야할 일
포스코 건설노조원 고 하중근 씨가 경찰의 폭력에 의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16일 만에 사망한 것은 지난 8월 1일이었다. 그 후 노동자들은 그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불볕더위 속에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포스코 건설노조원들의 본사 점거에 대해서는 그토록 신속하게 강경 대응책을 마련했던 청와대와 정부 부처들, 검찰과 경찰은 아직도 수사 중이라고만 하면서 그의 죽음에 침묵만 지키고 있다.
전용철, 홍덕표 그리고 하중근. 1년도 안 되는 사이 집회 현장에서 자행된 경찰폭력에 의해 세 명이나 유명을 달리했다. 지금도 경찰폭력은 되풀이되고 있지만 그동안 경찰은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나. 게다가 당시의 현장 지휘자는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직위해제라는 징계를 당했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강원경찰청 차장으로 승진·발령됐다. 전혀 예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것은 바로 동일한 정권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중근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가 비단 경찰만은 아니다. 건설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에 대한 요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강경진압을 주문한 포항지역 관계기관 대책회의와 ‘엄벌-사법처리’ 주술만을 되뇌이던 검찰, 이에 장단을 맞춘 법원, 게다가 기세등등한 자본은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죽어도 갚지 못할 금액의 손배가압류로 응대하고 있다. 여기에 더불어 노동자들을 무조건 폭력집단으로 매도했던 ‘참여정부’가 있다. 참여 없는 독선의 ‘참여정부’에는 이미 국민-비국민이라는 이분법이 존재한다. 절대진리의 정부 정책에 저항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모두 비국민일 뿐이다.
지난해 농민 사망 사건 이후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민관공동위원회는 경찰의 폭력진압 근절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경찰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만 검토하였다. 폭력진압의 최소한의 방안으로 제출되었던 전·의경 실명제는 전·의경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전면 백지화했다. 민관공동위원회는 사실상 경찰폭력 사건의 ‘재발’을 약속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당장 하중근 씨 사인에 대한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자를 처벌하라.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민관공동위원회를 해산하고 전·의경 경찰기동대를 해체하라. 사회적 약자로 내몰렸던 무고한 세 명이나 죽인 정부에게 더 이상 정당성을 발견할 수는 없다. 국민을 거부하는 정부가 있다면 국민이 사라져야 할까, 정부가 사라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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