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희망버스 인권침해감시활동 공무집행방해 무죄선고를 환영한다.
6월 12일 부산지방법원 형사7단독(판사 서아람)은 5차 희망버스 집회에서 인권침해감시단 활동을 하던 중 연행되어 기소된 훈창 씨(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관해 무죄를 선고했다. 우리는 경찰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인권 활동을 공무집행방해로 간주하여 도리어 활동가를 표적 체포하고 허위 진술로 형사 처벌을 시도한 경찰의 반인권적 시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을 환영한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전국 40여개 인권단체들이 속해있는 연대체로서, 여기에 속한 공권력감시대응팀은 2004년부터 집회시위 현장에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 견제하기 위한 “집회/시위 현장 인권침해감시단”을 구성하여 활동을 해왔다. 이렇게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활동은 그 자체로 누구에게나 개방되고 보장받아야 할 인권으로, 유엔 역시 “유엔 인권옹호자 선언”을 통해 인권옹호 활동을 보장하도록 한 바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훈창 씨는 인권옹호 활동의 일환으로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소속으로 5차 희망버스가 진행되던 2011년 10월 8일 부산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BIFF)광장에서 활동 중 체포되었다. 당시 훈창 씨는 경찰 병력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사이의 틈새를 따라서 시위대들에 대한 체포가 발생한 다른 지점을 향해 이동 중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되었다.
훈창 씨를 체포한 부산지방경찰청 제2기동대 소속 문 모 경찰관은 자기 바로 앞에 있었던 또다른 경찰관에게 훈창 씨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같은 중대에 소속으로 되어 있음에도 폭행 피해자가 누구인지 찾아내지 못했으며, 진술도 일관되지 않았다. 법원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은 없는 반면 훈창 씨가 ‘인권침해감시단’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활동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더불어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시위대 측의 방송차 열쇠를 강제로 빼앗으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BIFF)광장 남포플라자 앞 사거리에서 난장 문화제를 시작하려던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갑자기 방패를 밀고 들어와 방송차를 빼앗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을 포함한 많은 연행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경찰의 직무수행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규정된 ‘행정상 즉시강제’의 요건을 갖춘 적법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희망버스에 대해 모호한 이유로 집회를 불허 통보하고 △이동제한 △차벽 △불심검문 △물포 쏘기 △근접거리에서 최루액 발사 △노상감금 등을 통해 부산 영도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오는 것을 막아섰다. 집회시위에관한법률은 경찰에게 매우 폭넓고 모호한 이유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어 사실상 ‘허가제’와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은 오래되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도 부산 영도에 가려했으나 경찰은 이동제한, 무리한 해산과 연행 등 물리력을 동원하여 반복적으로 희망버스 참여자들을 막았다.
경찰은 적법하고 인권침해 없이 공권력을 집행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렇게 경찰이 적극적으로 집회시위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한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현장에서 이를 견제할만한 사회적 장치가 전무한 이상,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인권운동가들은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감시/견제해왔다. 경찰감시 활동은 ▷집회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조사 및 기록, 자료화 ▷자의적이고 폭력적인 법집행 과정 감시와 항의 ▷피해 구제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및 국가배상청구 소송 등 피해자를 지원해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인권침해감시단을 표적해서 연행했다. 2008년 촛불집회 인권침해 감시단들이 연행되어 지금까지 재판 계류 중이고, 2011년 희망버스 인권침해 감시단에게 출석요구서를 남발하고 약식기소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감시활동으로 인권활동가가 사법처리에 처해지는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훈창 씨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당연하다. 집회시위의 권리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적 인권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향유되어야 한다. 특히 집회시위의 자유는 거대방송이 자본에 의해 독점되고 지식이 권력화될 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몸으로 할 수 있는 집단적인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를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제압하려 할 때 인권옹호자들은 몸으로 저항해왔다. 공권력 감시활동에 대한 위축 효과를 노리고자 인권활동가를 표적 연행하는 경찰의 관행이 중단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환영한다.
2012년 6월 15일
인권운동사랑방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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