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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역시 더운 여름에는 독서와 공부가 최고의 피서죠!!

역시 더운 여름에는 독서와 공부가 최고의 피서죠!!

정록(상임활동가)


흑.. ㅠ 엄청 후회하는 중이에요. 이번 여름휴가는(7/30~8/3) 날도 더우니 어디 가지 말고 집에서 편하게 쉬자고 결심했거든요. 게다가 7월 중순부터 6회 일정으로 듣기 시작한 인권강좌도 있어서 겸사겸사 서울에 머물렀는데, 이렇게 더울 줄 누가 알았나요. 정말 에어컨 살 뻔 했어요. 강좌가 있던 지난 월요일에는 사무실 나왔다가 에어컨 틀어놓고 나도 모르게 잠들고 그랬어요.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에 수면의 질은 바닥을 치고 있었거든요. 휴가 기간에 있었던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노조 파업현장에서 일어난 용역폭력’, ‘강정 평화대행진’과 같은 일들은 더위에 지친 몸에 마음의 짐까지 얹어주었답니다.

그래도 공부한답시고 들었던 강좌 이야기 잠깐 할게요. 연희동에 있는 수유너머N에서 ‘인권의 재장전’이라는 제목으로 정정훈씨가(변호사 아님!) 한 강좌였어요. ‘인권’에 특별한 관심이 없었는데, 투쟁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들을 만나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강사.(음.. 왠지 내가 사랑방에 들어온 거랑 비슷하다.) 인권에 대한 시원한 그림을 그렸다거나 비전을 제시하지는 않았어도(애초에 강사가 의도하지도 않았을 듯) 강좌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중요한 물음들을 던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인권이 왜 현실과 동떨어진 좋은 문구나 말들로 읽히게 될까?’, ‘그리고 그 좋은 말들이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폐기되거나 다른 이해와 거래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인권은 당장 현실의 정치적 적대와 투쟁의 구호가 되지 못하고, 머나먼 지향이나 준거로만 만족해야 하나?’ 특히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 동안 지켜왔던 인권의 가치들은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는 이 도도한 흐름들 말이죠.

마침 사랑방에서도 내년 20주년을 맞이해서 그 동안 사랑방 운동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향후 방향을 잡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사랑방 동료들과 함께 이런 질문과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겠죠? 사랑방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인권’에 갇히지 않는 인권운동이라면 그 자리에 머리와 발을 들이밀고 싶네요.

다행히 휴가가 끝나고 사무실에 나오니 더위가 한풀 꺾여있네요. 예전에는 자연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자연의 거대한 힘’ 뭐 이러면서...요즘에는 정말 정반대인 것 같아요. 집에서 에어컨 틀면서 시원하게 있다가 차타고 출퇴근하고 사무실에서 시원한 에어컨 틀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란 전기세 좀 더 나오는 정도? 이 더위를 모두가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면 (야외노동, 육체노동을 분배하고 도시를 더욱 덥게 하는 차량과 냉방시설을 줄여서) 조금 더 견딜만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편지를 마무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