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대해 관심만 많았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답답함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답답함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끔찍함에 온라인을 통한 사랑방 출입만 하지 말자고 결심. 자원활동아이콘을 클릭하여 나의 의지를 표현 한 것이 작년 말. 3층 사랑방 문을 두드린 건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그리고 오월... 감옥인권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나는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읽는데, 좋은 사람들과 여행가면 딱 좋을 요즘 날에 재소자들은 자신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 부당한 처우에 대하여 진정을 내는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모습에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그러나 그런 감상에 빠지는 것은 조금은 유치.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자판을 두드려야 한다. 비록 명쾌한 내용은 아니지만 해정 언니의 도움으로 조금씩 편지를 쓰고 있다. 다른 분과활동과는 달리 감옥인권팀은 함께 하는 친구가 없어 조금은 외로움을 느낄 뻔했으나 너무나 단순하게도 해정 언니가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챙겨 줄 때면 그런 생각은 어느새 날아 가버리고 만다.
월요일. 그렇게 해정 언니의 책상에 앉아 편지를 읽을 때면 다른 분과활동을 하는 분들을 볼 수 있다. 오늘 역시 언니가 챙겨준 아이스크림에 기분 좋게 편지를 읽으며 내 귀는 다른 분과활동에 집중되어 있다.(그렇다고 내가 해야 할 것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헤헤)
곧 있을 인권영화제 준비에 다들 바쁜 것 같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 기획구상을 의논하는 사람들... 사랑방에 와서 살짝 놀란 것 중의 하나는 ‘자신감에 넘쳐 활기차게 자원활동 하는 분들이 많다’라는 것이다. 아직도 쭈뼛쭈뼛 사랑방 문을 열며 들어오는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 둘 // 왜? >>>>>>>>>>>>>>>>>>>>>>>>
어렸을 적 삼촌 중의 한 분이 옥살이를 한 적이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한동안 그곳에 계셨던 것으로 기억난다. 어렸을 때라 왜 그곳에 가야했는지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멋있는 우리 삼촌이 억울하게 어딘가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슬펐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왜?” 라는 물음이다.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개인적 성향보다는 사회적 배경, 가정 환경 등에 관한 연관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사회가 험해지면서 문득문득 치밀어 오르는 폭력성에 놀라곤 하는데 자기합리화를 위해 사회적 연관성을 찾으려고 하는 건가. 그래서 사회적 요인들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논쟁의 여지가 생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한 ‘죄는 환경의 탓인가, 개인의 탓인가’라는 혼란. 물론 수학공식처럼 정확한 답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아니나, 죄라는 것을 개인에게 떠맡기는 것은 너무 가혹한 짐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아직도 간혹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인다. 아니면 매스컴의 누군가와 무언의 갈등이 인다. "똑같은 환경에서 왜 저 사람만 바로 가지 못했냐고. 나약한 것 아니냐고..."
너무도 잔혹한 소리다. 그 소린 무인도에 사람들 던져놓고 살아남지 못한 자에게는 가혹하게 매를 대도 충분하다라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남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잘 견뎌내는데 넌 왜 저렇게 못하는 거니......퍽퍽퍽.” 내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범죄라는 것을 사회 환경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남의 탓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
* 셋 // 지금, 그리고 >>>>>>>>>>>>>>>>>>>>>>>>
사실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 알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월요일, 사랑방에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간혹 '나 잘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싶기에 작은 일일지라도 보람을 느끼며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려한다.
알아야 할 것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기만 하다. 하나, 하나 알아가고 하나, 하나 하다보면 답답한 지금의 마음이 조금은 치유되지 않을까. 누구나 인간답게(과연 인간다운 것이 어떠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지금의 내 위치에서 조금씩 무언가를 해 나가야겠다.
다음주도 쭈뼛쭈뼛 사랑방 문을 열며 수줍게 말하겠지?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