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있다』는 이번 용산 참사 희생자 가족과 다른 여러 지역의 주거 세입자 및 상가 세입자 열다섯 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참여한 15명의 필자들은 재구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장소로부터 뿌리 뽑힌 하위주체들의 목소리를 직접 받아 적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우리 이웃인 철거민들을 한 명 한 명 만나서 그들의 살아 숨 쉬는 목소리 그대로를 책 속에 담은 구술 기록이다.
이 책에 수록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공간은 매우 다양하다. 이번 용산 참사에서 죽음을 맞았던 윤용현·이성수·양회성 씨의 가족을 비롯해, 고양시 풍동·광명시 광명6동·서울시 흑석동·성남시 단대동·서울시 순화동 등에 거주하고 있다가 재개발로 인해 삶의 근거를 완전히 상실했던 철거민들이 자신의 기막힌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사람들은 르포작가를 비롯하여 인권과 주거권, 빈곤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다. 또한 이들은 저작료 전부를 용산 참사 유가족을 위해 기꺼이 내놓았다. 함께 참여하여 힘을 보태주신 분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아 인터뷰에 응해주신 조세희 작가, 표지 이미지로 작품을 허락하신 이윤엽 판화가, 사진 작업을 함께해주신 노순택 사진가, 인권활동가 박래군, 시인 송경동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보내준 지지와 성원으로 출간되었다.
2009년 1월의 용산4구역, 그리고 더 많은 용산구역
서울의 곳곳, 아니 전국의 주요 도시들이 뉴타운과 개발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뉴타운개발, 경제문화도시 마케팅, 한강르네상스 등의 화려한 수식들은 소수의 개발업자와 투기꾼, 땅 부자들에게는 현실일지 몰라도, 그곳에서 수십 년간 생계를 일궈온 원주민들과 상가·주거 세입자들에게는 환상일 뿐이다. 아니, 삶터와 일터를 한순간에 빼앗기고 외각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지독한 현실’이다.
“철거민이 되고자 해서 되는 사람은 없어요.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중략…) 어느 연구단체에서 원주민 재입주율이 15퍼센트라고 하던데 실제로는 그 반도 안돼요. 전에 살던 비용으로 살 수 있어야 재입주가 맞죠, 온갖 빚을 내서 다시 들어오는 걸 어떻게 재입주라고 할 수 있겠어요?” -성낙경, 고양시 풍동 지역 철거민
“오랫동안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면 이사비 몇 푼 받고 다 포기하고 떠났던 분들을 몇 년 후에 다른 철거 지역에서 또 만나요. 그분들이 계속 낙후한데, 낙후한 데로만 가는 거예요.”
-인태순 | 수원시 권선3지구 택지개발지구
작고 소박한 꿈과 지독한 폭력
이 책에 구술된 사람들의 삶에 대한 희망은 그 간절함에 비해 매우 소박한 것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공간과 집이었지만, 그곳에서의 노동과 자녀 교육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희망했다. 그런 그들에게 갑작스런 개발과 토지와 주택 소유자들로 구성된 조합의 밀어붙이기식 재개발 과정은 이들의 삶이 오늘의 자본주의적 체제에서 매우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했다.
활동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