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 새해를 맞은 즈음에 돋움 활동가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나는데 어느새 또 5개월이 지났습니다. 와이파이 되는 카페에 앉아서 스마트폰 메모장을 열어 양손가락으로 또닥또닥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히말라야가 보이는 불교 기운이 가득한 곳, 그곳에서 내내 산책하고 할 줄도 모르는 기도를 해보며 하루에 2000원 하는 낡은 방에서 침낭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잤습니다. 하루 내내 지치도록 걸어도 자고 나면 머리끝까지 기운이 차올랐습니다. 피로가 쌓이지 않았던 거죠. 물론 지금은 좀 달라요. 수면 시간이 꽤 줄었고 몰아서 하루 내내 잠을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은 채 하루하루 1mm씩 피로가 발끝에서부터 자라나는 느낌입니다.
노동자에서 여행자로, 여행자에서 백수로, 백수에서 다시 노동자의 위치가 되었습니다. 새 업무를 배우는 재미와 약간의 부담이 주는 긴장 속에서 에너지를 얻긴 하지만, 에너지가 있는 상태와 건강한 상태는 또 달라서 편지를 쓰는 지금 저는 문득 ‘나 요즘 얼마나 건강한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 나는 얼마나 건강하게 노동하고 있을까요. 예전에는 이런 것 신경 쓰지 않고 악착같이 들러붙어 자학에 가깝게 노동했다면 이젠 내 건강의 상태를 돌보려는 의지가 생겼다는 것에 스스로 변화를 느낍니다. 하지만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또 다시 갖게 되다보니 노동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랑방 활동은 스르르 소홀해지고 맙니다. 그렇다고 제 감수성이 거칠어진 것은 아니고 예전보다 좀 더 ‘실감나게’ 이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려 노력하고 있으니 인권에서 멀어졌다 느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예전보다 좀 더 용기 있게 살려합니다. 그 용기 있음은 나다운 것에 좀 더 당당해지는 것입니다. 여전히 확실한 건 없지만요.
사실 건강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도 개선되는 것 없이 욕심만 부리다 그러지 못함으로 인해 스트레스만 받는 건 아닐까 우려됩니다. 문제의식을 갖는 것만으로도 반은 해낸 거라고 했던가요,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문제의식은 스트레스만 가중시키는지도 몰라요. 노력해보려 합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차분하게 여유를 갖고 하나하나 해내기. 그래서 반드시 건강해질 것. 응원해주세요. 다정한 편지를 쓰고 싶었던 건데 푸념만 늘어놓게 되었습니다. 이 꿈지럭대는 푸념이 모두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