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 공개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
한 언론이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이에 깊은 우려를 전하며 애도와 기억에 관한 우리의 고민을 나누고 싶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이름들을 보면서 누구도 떠올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이름을 보면서 지금 세상에 없는 이의 자리를 원치 않는 방식으로 마주해야 했을 것입니다. 해당 언론과 이를 유포하는 모든 분들에게 멈춰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숫자만으로 애도가 완성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름만 아는 것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도 이름도 애도를 위한 필수조건이 아닙니다. 이태원참사를 마주하며 함께 애도하고 서로 위로하고 싶은 많은 분들의 마음이 소중한때입니다. 책임 부인과 회피로 일관하는 정부의 모습,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려는 듯한 특수본 수사에 대한 우려로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가 정말 함께 기억하기를 바란다면, 희생자들을 먼저 알았던 이들이 자신이 기억하는 희생자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곁에 없음을 직면하는 것으로도 힘겨운 시간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태원참사의 피해자에는 희생자의 가족이거나 친구였던 생존자들도 있습니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그 시간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아직 혼란스러운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애도와 기억이 더욱 긴 시간을 약속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함께 기억하고 싶다면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행동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누구인지 알 수도 없는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누구이든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공개당할 수 없는 존엄한 인간이었음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할 것입니다.
진실과 정의, 회복을 위한 우리의 행동이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2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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